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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Jul 15. 2021

모른 체 하며 지나쳐야 하나요?

-방관자와 선한 사마리아인-

길을 가는데 사람이 싸우는 걸 봤습니다.

어떤 사람이 마구 얻어맞고 있는 걸 봤습니다. 

얼른 달려가서 말려야 할까요? 그냥 못 본 척하고 지나가야 할까요?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들 것입니다.

‘괜히 남일에 개입할 필요 뭐 있겠어, 신경 쓰지 말자, 나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말리겠지...그래도 말려야 하지 않을까, 말리다가 나도 맞지는 않을까, 그러면 나도 화가 나 때릴 수도 있고, 도와주려다가 되려 볼썽사나운 꼴을 보게 되지는 않을까... 나중에 해코지를 당하지는 않을까...’ 

그러다가 ‘아 그래, 경찰에 신고하면 되겠군!’ 하고 생각하며 휴대폰을 꺼내는데 또 이런 우려가 드는 겁니다.

‘그런데 경찰에 자꾸 불려다니고 진술하고 귀찮게 하면 어쩌지, 쓸데없이 남의 일에 휘말려 고생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결국 경찰 신고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 갑니다.

보통 사람들은 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남의 일에 개입하여 좋을 것 없고, 잘못했다가는 내 인생이 꼬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방관하고 맙니다.    



엊그제 광양 모주점에서 끔직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친 사건입니다. 그 경위를 보면, 술집에서 여자친구를 폭행하는 것을 옆 테이블 손님들이 말렸다는 이유로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린 것입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죠. 

하물며 조치가 필요한 상대방이 여성인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최근에 이런 기사가 떴습니다,

지하철에서 핫팬츠 차림의 한 여성이 쓰러졌는데, 주위 남성들이 이를 외면하고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내용입니다.

그 남성들 속마음은 다 비슷할 겁니다. 괜히 도와주려고 나섰다가 자칫 파렴치한 남자로 몰릴 걱정이 앞서겠지요. 경위가 어찌되었든 여성과의 신체적 접촉은 되도록 피하고 싶은 게 남성들의 입장일 겁니다. 요즘 현실이 그렇습니다. 실제로 최근 쓰러진 여성을 부축했다가 오해를 받아 성추행범으로 몰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해당 남성은 ‘여성이 넘어지길래 아무 생각 없이 일으켜 준 것일 뿐’이라고 밝혔음에도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가 되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해당 남성은 얼마나 경제적, 시간적으로 손해를 보며 마음고생 또한 얼마나 심했겠습니까.


내 본심, 의도와는 다르게 색안경 끼고 볼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상당히 난감한 처지에 놓이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러면 그냥 ‘난 못봤다’ 라고 고개를 돌리고 무대응이 상책일까요?

그와 관련하여 ‘착한 사마리아인 법’ 이란 게  있습니다. 도덕적 의무를 강제하는 법이죠.

어떤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큰 위험이 생길 것을 알고도 구조에 나서지 않는 경우에 처벌하는 법인데, 우리 형사법은 이를 채택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누군가 쓰러지는 등 급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위 사람들이 도와야 할 법적인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양심이나 도덕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죠.   

 



처음으로 돌아가서 어떤 사람이 두들겨 맞고 있는 걸 목격했음에도 그냥 지나쳐간다면 뭔가 찜찜하고 마음이 편치 않을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급박하고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여 여러 사람과 합세하여 이를 제지해야 할 것입니다. 가해자의 돌발적인 행동에 대비하여 내 몸을 방어할 수 있는 물건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는 경우에는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말고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 것입니다.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가 폭행 장면을 사진 찍어두거나 현장소리 녹음을 하여 경찰에게 제시하면 더욱 좋겠지요. 타인의 얼굴을 함부로 찍었다고 하여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 불법이 아닙니다. 음성녹음도 역시 수사에 협조하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므로 불법이 아닙니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전에는 경찰에 신고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신상 노출이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꼽았습니다. 경찰의 조치를 믿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경찰뿐만 아니라 사법기관도 피해자 및 범죄신고자에 대해 성명, 주소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아니하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신변보호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훌륭한 보호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국가는 범죄신고자등을 보호하고 이들에 대한 보복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데, 그 근거가 되는 법이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입니다. 특정강력범죄 등 특정범죄 형사절차에서 국민이 안심하고 자발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그 범죄신고자 등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그 법을 제정하였습니다. 그 법에 의하면, 특정범죄에 관한 신고 등으로 인해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험이나 재산 등에 대한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범죄신고자 등이 구조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사기관은 범죄신고등과 관련하여 진술조서 등을 작성할 때 범죄신고자등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의 성명ㆍ연령ㆍ주소ㆍ직업 등 신원을 알 수 있는 사항을 기재하지 아니합니다. 그리고 범죄신고자등의 인적사항 또는 범죄신고자등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해서는 아니된다 라고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하면서 이를 위반할 시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정범죄뿐만 아니라 폭행, 재물손괴 등의 일반 범죄 신고자등에 대해서도 위 법에 준하는 장치나 조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가해자가 어떤 경로로든 신고자나 목격자의 인적정보를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신고자등은 참고인 신분이므로 수사기관에서 출석을 요구해도 출석할 의무는 없고 이를 강제할 방법도 없습니다. 다만 수사에 협조하는 것은 필요해 보이므로 전화로 진술한다고 하면 됩니다.    

 



한편, 남을 도와줘야 하지만 내가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되는 일이죠. 특히 남녀 간의 다툼(소위 ‘데이트 폭력’)이나 만취 상태에서의 남자들 싸움에는 긴급한 상황 아니면 웬만하면 끼어드는 건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격분해있거나 이성을 잃은 상태이기 때문에 좋게 말해도 들리지 않습니다. 112에 신고 정도는 해주고 그 이후 일은 공권력에서 처리할 수 있게끔 해야죠. 위 광양 모주점 사건처럼 갑자기 내게로 불똥이 튀어 커다란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에 전화 한 통화 해주는 것조차 귀찮게 여기고 방관하면 세상이 나를 그렇게 취급하고 하찮은 존재로 여깁니다. 내 사랑하는 가족이, 이웃이 그런 위험에 처해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학교폭력. 직장내 괴롭힘, 왕따, 갑질, 그리고 자살 등의 불행한 뉴스를 볼 때마다 선한 사마리아인이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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