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한국이 그립다.
학교 급식, 셔틀버스, 배민, 요기요, 쿠팡, 컬리…
너무나 그립다.
한국의 대부분 학교는 아파트 단지와 가까이 있다.
아이들은 걸어서 학교에 가고,
수업이 끝나면 학원 셔틀이 와서 각자의 학원으로 데려간다.
유치원도 마찬가지다.
버스에 도우미 선생님이 함께 와서
아이를 안전하게 데려가고 다시 집 앞까지 데려다준다.
그게 너무 당연했던 일상이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의 삶은 전혀 다르다.
우리 아이들 학교는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지만
멀리 사는 친구들은 매일 40~50분씩 차를 타고 통학한다.
등교와 하교 자체가 하루의 큰 일정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삶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바로 도시락이다.
학교 급식은 유상인 데다 솔직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엄마 입장에서는
“이걸 돈 주고 먹게 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다.
급식비는 두 아이 합쳐 약 30만 원~40만 원 사이이다.
학교 식사는 하루 두 번이다.
오전 10시 스낵 타임, 그리고 12시 점심시간.
아침 간식으로는 빵과 과일을 싸주고,
점심에는 한식 위주의 도시락을 준비한다.
한국에 있었다면 학교 급식으로도
충분히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이곳에서는 내가 싸주는 도시락이
아이들에게 가장 든든한 한 끼가 된다.
한국에 있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당일 배송이라는 것도 없다.
학교에서 갑자기 준비물이 필요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거나
직접 매장을 찾아다녀야 한다.
온라인 주문을 하면 빠르면 이틀,
늦으면 2주가 넘게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늘 미리 확인하고 준비해야 한다.
불편하지만 동시에
나를 더 부지런하고 계획적인 사람으로 만든다.
3년 정도 살다 보니
아이들은 점점 한국 음식을 더 찾는다.
피자와 햄버거, 치킨을 좋아하지만
엄마가 끓여주는 미역국과 된장국을 더 찾는다.
그래서 한국에 있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들을
하나씩 시작하게 됐다.
나는 한국에서도
“김치는 그냥 사 먹어”라고 말하던 딸이었다.
만두는 비비고가 최고라고 생각했고,
돈가스도 에어프라이어에 넣어 돌리면 되는
냉동 제품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비비고 만두 한 봉지가
거의 15,000원에 가까운 가격이다.
결국 아이들과 함께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
돈가스도 마찬가지다.
고기를 사다가 직접 두드려 만들기 시작했고,
먹고 싶은 김치는 집에서 담그게 됐다.
한국에 계속 살았다면
과연 내가 이런 일을 했을까.
김치를 담그고, 만두를 빚고,
돈가스 고기를 두드리는 일이
내 일상이 되었을까.
한국에서의 삶은 편안하고 안락했다.
휴대폰 몇 번만 만지면 모든 것이 해결됐다.
하지만 지금의 삶은 조금 더 고단하고 수고롭다.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삶이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등하교 시간에 하루 이야기를 나누고,
도시락 반찬을 고민하고,
준비물을 빠뜨리지 않으려 일정을 챙기고.
조금 더 나은 엄마로,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만든다.
아이들을 재우고 부엌을 정리하다 보면
문득 예전 생각이 난다.
휴대폰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하던 편안한 날들.
그때는 몰랐던 여유였다.
여전히 한국에서의 삶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