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3년 차 함께 일 때는 몰랐던 것들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다

by Jinny


해외살이 기러기 부부 3년 차

기러기 부부의 현실이 어떤지

한 번쯤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 부부는 올해로 결혼 11년 차다.
그중 3년을 말레이시아에서 따로 살았으니

실제로 함께 살아온 시간은 9년 남짓인 것 같다.



나는 25살에 결혼했는데 남편은 34살이었다.

결혼 적령기였던 남편과 만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결혼식을 올렸다.



너무 어려서 결혼해서였을까.
둘 다 불같은 성격이어서였을까.

아니면 서로를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시작해서였을까.

우리의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정말 크게 다투기도 했고

서로 말을 하지 않은 채 지내기도 했으며
남편의 짐을 싸서 문 앞에 내놓은 적도 있었다.


싸우기만 하면 이혼 이야기가 나왔고

실제로 한 달간 별거를 한 적도 있었다.

결혼 4~5년 차까지는 정말 폭풍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 시절 이야기를 모으면
책 한 권은 나올 정도로 매일이 요란하고 거칠었다.



그러다 둘째 아이를 낳고
조금씩 평화로운 시간이 찾아왔다.


코로나 시기에 태어난 둘째는
남편이 강하게 원해 계획한 아이였다.
아이가 태어나면 본인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했고, 코로나 상황 덕분에 그 말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남편은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우리 가족에게 잠시 평화가 찾아왔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사소한 감정싸움은 줄었지만
교육 문제나 양육 방식, 훈육 문제를 두고
여전히 논쟁은 이어졌다.



그러다 아이들과 내가 말레이시아로 이주하면서
우리 부부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우리는 매일 영상통화를 한다.
주로 남편이 전화를 걸어오고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 번은 꼭 통화한다.



아이들 얼굴을 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안부를 묻는 통화가 되었다.

한국에 함께 살 때도
남편은 점심, 저녁마다 전화를 걸어
어디냐, 뭐 하고 있냐 묻곤 했다.



그때는 그 전화가 귀찮아 받지 않을 때도 있었고,
집에만 있는 나에게 계속 어디냐고 묻는 남편을 보며 혹시 의처증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영상통화로만 볼 수 있는 거리이기에
운전을 하다가도 길가에 차를 세우고 전화를 받는다.


아이들과 나를 걱정하고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 술에 취해 늦은 밤 전화가 올 때면
화가 나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상이 되어버린 영상통화







“오늘도 수고 많았어. 고마워.”
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되었다.


한국에 있을 때도 육아는 거의 내 몫이었지만
친정이 가까워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주말이면 아이들을 돌봐주는 분도 계셨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정말 온전히 나 혼자 하는 육아다.
아빠의 빈자리까지 채우려다 보면 지치는 것도 사실이다.


매일 아이들의 잘못이나

나의 힘든 점을 남편과 전화하며 털어놓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남편은 통화 끝에
“오늘도 고생했어. 고마워.”라고 말한다.
그 한마디가 위로가 된다.



나 역시 남편을 보는 마음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남편이 주는 생활비를 당연하게 생각했다.
같이 사는 가족이 쓰는 돈이라고 여겼지
감사하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남편은 아이들과 내가 없는 텅 빈 집에서

혼자 생활하며 번 돈을 보내준다.

그 돈은 온전히 아이들과 나의 생활비로 쓰인다.


그래서 요즘은 남편이 측은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이 사람은 정말 가족을 위해 일하고 있구나.’

한때는 자기 계발에 몰두하던 사람이
이제는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 되어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겠구나 싶다.


떨어져 살아보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전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서로를 향한 배려였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었고,
감사해야 할 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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