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남편은 어디 있어?"

기러기 3년 차 해외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by Jinny



해외살이 3년 차, 국제학교 기러기 엄마 3년 차


말레이시아에 살며 아이들을

국제학교에 보내는 동안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엄마들은 외국인이다.

인도, 중국, 스웨덴, 남아공, 스페인, 일본 등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부모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된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리러 가거나 플레이데이트를

하는 날이면 빠지지 않고 듣는 질문이 있다.

“남편은 싱가포르에서 일해?”

다른 나라 엄마들은 내가 남편 없이

아이들 교육만을 위해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꽤 놀라워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말한다.

“남편은 한국에 있어. 직장이 그곳에 있어서 함께

오지 못했고 두 달에 한 번씩 아이들 보러 와.”



대부분의 외국 가정은 가족이

함께 이주해 오거나,

남편이 함께 오지 못할 경우

다른 가족과 같이 지낸다.

우리 가족처럼 아이들 교육만을 위해

엄마와 아이들만 이주한 경우는 드물다.




보통은 아빠의 해외 취업이 계기가 되거나,

교육 목적으로 왔다 하더라도 아빠가 함께 와

이곳에서 일을 시작하며 가족이 함께 살 기반을 만든다.



한국에 있을 때는 기러기 생활을 하는 것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해외에 나와 보니 이런 가족 형태가

유독 한국에서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강한 교육 경쟁

입시에 대한 부담

해외 학력에 대한 기대

그리고 자녀를 위해 부모가

희생하는 문화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아, 기러기 가족이구나.” 하고 쉽게 이해한다.



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왜 가족이 떨어져 살아?”
“아이 교육 때문에 부모가 따로 사는 건 너무 큰 희생 아닌가?”
“그냥 같이 살면 안 되나?”

많은 나라에서는 가족이 함께 사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교육 때문에 떨어져 사는 선택을

꽤 극단적으로 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꺼내면 늘 놀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이 생활이 정말 맞는 선택인지,
가족이 떨어져 살면서 영어 하나를

바라보는 것이 맞는지,
아이들 교육보다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중요한 건 아닌지.



처음 1년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혼자 아이 둘을 키우는 게 맞나,
남편과 떨어져 사는 게 맞나
수없이 흔들렸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고 나니 또 분명히 느껴지는

변화가 있어 고민은 더 깊어진다.



아이들의 영어는 자연스러워졌고, 성격도 훨씬 적극적으로 변했다.
발표를 어려워하던 아이가 친구들 앞에서 본인의 결과물을 설명한다.

야외 활동과 생활환경도

아이들에게 더 잘 맞는 듯하다.

하교 후 즐기는 수영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이다.



하교 후 친구와 플레이 데이트 일상


이미 들어간 비용이 아까워 조금 더 버텨보자는 마음도 있고,

남편 역시 지금 생활이 현실적으로 낫다고 말한다.



우리가 다시 한국에 돌아가도 지금보다 생활비가 덜 나오지도 않을 것이고,

아이들의 학비를 고려해도 한국에 돌아가 아무런 사교육 없이 학교만 보낼 것이 아니라면

이곳이 더 생활에 적합하다고 하는 것이다.




Science Project 발표 중인 큰 아이


그래서 매일 고민하고 또 고민하지만 결국 생각의 끝은 늘 비슷하다.

그래도 조금만 더 버텨보자.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부모의 판단일 뿐이다.



아이들은 이곳에 계속 살고 싶다고 말할 때도 있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할 때도 있다.


언젠가 아이들이 돌아봤을 때
아빠와 떨어져 지낸 시간들이
아빠를 잃어버린 기억이 아니라,


그때 우리 가족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던 시간으로 남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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