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셜에 못 데려가는 엄마

놀이공원 대신 생활비를 선택한 엄마

by Jinny

해외살이 3년 차.

국제학교 기러기 엄마 3년 차.



이곳에서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잘살고 있는 걸까.
아니, 애초에 여기서 아이들을 키우는 게 나에게

맞는 선택이었을까?



얼마 전 친하게 지내는 엄마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싱가포르의 유니버셜 스튜디오 시즌패스를 사서

다녀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날은 한글학교를 가는 날 이어서

아이들 그리고 나와도 친한 모든 이들이

함께 있는 날이었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도 우리만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들도 서로 친하고
엄마들도 자주 만나던 사이라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괜히 마음이 묘해졌다.



사실 그 시즌패스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나에게도 같이 사자는 말이 있었다.

“애들끼리도 친하니까 같이 사서 다니면 좋겠다.”

그 말은 정말 가볍게 건넨 제안이었다.
부담을 주려는 느낌도 전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조금 생각해 볼게.”

하지만 사실 생각할 것도 없었다.

그때 우리 집 상황에서는
그 시즌패스를 사는 순간부터
생활비 계산이 틀어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놀이공원 시즌패스 가격도 적지 않지만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에서 한 번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


톨비, 주유비, 식사비.


그리고 아이들과 가면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아이스크림 하나, 기념품 하나,
사소한 것들이 쌓이면
하루에 생각보다 많은 돈이 나간다.

지금 우리의 생활은
매달 정해진 생활비 안에서
조금씩 계산하며 맞춰가는 삶이다.



그래서 나는 결국
시즌패스를 사지 않았다.


그때는 그냥
‘안 사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필 친구들과 함께

한글학교를 가는 날 다른 엄마들이 아이들과

놀이공원에 다녀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아이들만 빼고.



아이들이 말했다.

“엄마, 우리도 같이 가면 안 돼?”

그 말은 전혀 특별한 말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비교하려고 말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재미있어 보이니까 가보고 싶은 것뿐이다.

모든 친구들이 가니까 본인들도 가고 싶은 것이었다.



그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어딘가가 살짝 무너졌다.






나는 순간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이런 것도 못 해주는 엄마인가.

이 정도도 못 해주면서
여기서 사는 게 맞는 걸까.



사실 그 엄마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아이들도 아무 잘못이 없다.

그들은 그저 자기 아이들과 놀러 갔을 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날 나는 그 이야기가 마음에 계속 남았다.

이곳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비교할 일이 생각보다 많다.



누군가는 주말마다 싱가포르에 다녀오고,
누군가는 시즌패스를 몇 개씩 사고,
누군가는 골프를 치고 여행을 다닌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그저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끔은 내가 그 기준에서
한참 뒤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엄마 우리도 같이 가면 안돼?”

그 말속에는 비교도 불만도 없다.
그저 친구와 함께 가고 싶은 마음 하나뿐이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나는
괜히 미안해진다.

아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나는 혼자서 내가 부족한 엄마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날 괜히 마음이 답답해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나는 애 둘을 데리고 혼자 가야 하는데

애들 말도 안 듣고 못 가겠어.”

"시즌패스도 비쌌고, 유니버설 다녀오면

생활비 맞춰서 사용할 수 없어"

"근데, 내가 너무 애들한테 미안하고 다른 엄마들한테 열등감이 느껴져"

나는 그렇게 말했다.


남편은 잠시 내 말을 듣더니
조용히 말했다.

“그 집들이랑 너는 상황이 다르지.”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애가 하나인 집도 많고
남편이 같이 있는 집은 평소에도 육아를 나눠하잖아.”

자기는 지금 혼자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거잖아.”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게 당연하지.”

"그리고 유니버설 남들은 평생에 한번 가볼까 말까 해 자기는 안정적인 생활비 운용을 우선순위에 둔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괜히 울컥했다.

남편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유니버셜은 다음에 내가 가면 같이 가자.”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사실 시즌패스를 사겠다고 했으면

남편은 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남편의 말 대로 나의 우선순위가 달랐을 뿐.





생각해 보면
나는 이미 많은 것을 하고 있었다.

아침마다 아이들과 함께 등교하고
학교가 끝나면 같이 집으로 돌아오고
주말이면 도서관에 가고 수영도 하고
비 오는 날에는 집에서 같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이상하다.

다른 집 아이들이 놀이공원 시즌패스를 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해주고 있는 것보다
해주지 못한 것들이 먼저 떠오른다.



아마 이게 부모 마음인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더 해주지 못한 순간이
괜히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아이들이 기억하게 될 것은
어쩌면 놀이공원 몇 번이 아니라
엄마와 함께 보낸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것.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우리도 나중에 아빠 오시면 가자.”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조만간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조금 더 기다려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해외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건
늘 선택의 연속이다.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무엇을 해주지 않을 것인지.


그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엄마로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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