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유치원에서 국제학교까지 1

나는 마치 자식 교육을 망친 실패한 엄마가 된 기분이었다.

by Jinny


2년 전 나는 말레이시아에 아이 둘을 데리고 나 홀로 이주했다.



우리 부부가 기러기 생활을 결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영어를 실생활에 사용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그리고 교육비였다.


남편은 큰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닐 때부터 유치원은 영어유치원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왜 다섯 살짜리 아이가 영어유치원에 가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는 아이답게 즐겁게 지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된 생각이었고,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남편은 금융회사를 다닌다.

남편의 회사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 업종의 특징인지는 알 수 없지만

주변의 모든 이들이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그 아이들이 커서 외고나 특목고에 진학해

좋은 대학을 갔다고 했다.

그래서 남편은 우리 아이들도 무조건 영어유치원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큰아이가 다섯 살이 되었을 때, 영어유치원 문제로 남편과 크게 다툰 적이 있다.

결국 남편의 무적의 논리에 진 나는 공부만 시키는 영어유치원이 아닌,

아이가 뛰어놀며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놀이형 영어유치원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숲 유치원과 영어유치원을 합쳐 놓은 듯한 곳을 찾았고,

다행히 우리 아이는 너무나 좋아하며 유치원을 다녔다.

큰아이가 만족하며 다니는 모습을 내가 직접 확인했기에,

둘째 아이도 네 살 반 모집에 지원해 네 살부터 큰아이와 함께 영어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원비를 알아본 곳은 많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다니던 영어유치원의 비용은 대략 이랬다.


아이 한 명당 기준으로


교육비 월 180만 원

(9시부터 2시까지),

방과 후 활동비 월 30만 원

(2시부터 4시까지),

교재비 분기별 30만 원,

온라인 도서관 구독료 10만 원.

(부수적으로 외부 활동과 자연친화적 활동이 많아 다달이 준비물과 활동비로

30만 원가량이 추가로 들었다.)


영어유치원 치고는 그리 비싼 편은 아니었다.



연초에 교육비를 연납하면 15% 할인을 해주었고,

아이 둘이 다니는 형제 할인으로 추가 5% 정도를 더 할인받았다.

받을 수 있는 모든 할인을 받아도 아이들 영어유치원비로만

약 4천만 원이 들었다.


약 10여 년 전, 내가 회사를 다닐 때 받던 연봉이었다.

1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오로지 모아야 가능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뛰놀며

영어까지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적어도 아이들이 준비한 연말 발표회를 보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남편은 영어유치원을 다니면 적어도 일곱 살이 되면

영어로 일기를 쓰고, 원어민까지는 아니더라도

영어로 원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듣기로도 그 정도 수준은 된다고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발표를 본 남편 눈에는 아이들의 영어 스피치가

매우 수준 미달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동안 유치원은 엄마인 내가 선택한 곳이니 믿고 보냈지만,

역시 공부를 더 시키는 영어유치원으로 당장 옮기라고 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아는 분은 아이 방학 때마다 말레이시아에 영어 캠프를 한 달씩 보낸다며,

한 달에 500만 원에서 800만 원 정도 든다고 들었다며 그런 곳도 한번 알아보라고 말했다.



나는 마치 자식 교육을 망친 실패한 엄마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옮길 영어유치원도 알아보고, 영어 캠프에 대해서도

열심히 알아보던 중 국제학교 학비가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자식 교육에 실패한 엄마’,

‘당신이 선택한 유치원’이라는 말에서 벗어나고 싶어

아이 둘과 해외로 이주했다.



물론 이곳에서도 내가 자식 교육에 성공한 엄마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국제학교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아이 둘의 학비는 연간 약 2천만 원가량 줄었다.
그 덕분에 나의 노후를 조금이나마 더 지킬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학년 내 한국인 친구들이 많지 않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외국인 친구들과 영어로만 생활하게 되었다.

ECA 방과 후 프로그램 역시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
아이들은 영어를 ‘공부’로 받아들이기보다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존재하는 게 인지상정


다음 글에서는 국제학교 학비와 학교 생활에 대해 내가 가졌던 착각들 대해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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