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을

살기가 싫어지네

by 청개구리엄마

살아오면서 나는 내 삶이 이만하면 잘살고 있다고 따뜻한 집에서 가족들과 밥을 먹을 수 있고 여유가 생기면 가까운 곳에 구경도 다닐 수 있다는 것으로도 큰 행복이 아닐까 남편도 나도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는 그저 보통의 가족이라고 사랑하면서 서로 아껴주면서 지내는 이걸로도 잘 살고 있다고..


긴 연애 끝에 이른 결혼 부족하지만 마음으로 늘 잘하려고 애썼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아이들 돌보고 남편 내조하면서 그저 평탄하게 무탈하게 우리 가족을 챙기는 걸로 나는 어느 정도 잘 지내고 있다고 15년 차 우리 결혼 생활에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큰아들로서 남편의 입장을 이해하며 옆에서 같이 해야 했다


아이가 아프고 삼사 일 뒤 양가 어른들의 생신날 토요일 일요일 하루씩 약속은 미리 해두었으나

친정 식구들은 도저히 못 보겠고 내가 그럴 수도 없는 상태였다.. 삼일 내내 병원에 갔다가 엄마 생일을 축하한다는 건 어찌 되었든 정신을 놓치기 직전에 내가 할 수 없는 거였다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아이가 아프다고... 엄마 미안하고 미안한데 도저히 내정신으론 생일 하러 못 가겠다고.. 아픈 애를 보일 수 없고 동생들한테도 입 밖으로 말하기 힘들다고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엉엉 울면서 아이처럼 울다가 통화를 마쳤다.. 동생들은 그저 약속취소에 화만 내다 상황을 알고 모두 눈물바다가 되었다

내가 어른이 되고 엄마 앞에서 이렇게 울며 통화한 적은 그때가 처음인 거 같다..

말하면서 말이 안 나오는... 엄마 애간장태우는 이런 상황이 엄마도 나도 너무 속상한 현실 부정하고 싶어도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을

조카바보 여동생한테도 전화가 왔지만 받지는 않았다..

전화를 받으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속만 상하니까 그저 피했다

친정 식구들은 아이의 치료가 우선이라고 아이부터 챙기라고 했다... 병원치료 잘다고 잘된다고 기도하자고

여동생은 그 뒤에 아빠가 모셔진 절에서 108배를 시작했다 아픈 조카가 얼른 나아서 완쾌되라고


시댁 생신은 취소할 수 없다는 남편 식구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겨우 몸을 끌고 간 거 같다 이미 내 정신을 놓을 거 같지만 음식을 주문하고 케이크를 사서 축하노래를 부르고 내 목에 넘어가지 않는 음식을 겨우 몇 개 삼키고 아이들을 챙겨서 먹이고 밥상을 치우고 차를 마시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정리를 마신뒤에 겨우 입을 떼어서 남편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누구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는 것

아이가 아프다고 말씀을 드렸다 당분간은 정신없이 치료해야 한다고.... 딱 그뿐이었다 아이 치료비를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뭘 원한 것도 없었다 그저 우리 애가 아프다고 그 말을 했다.. 작은 응원도 아이 상태도 걱정도 하지 않으셨다 질타와 원망이 담긴 이야기를 쏟아부었다는 표현이 맞는 거 같다..

그 이야기를 지금 하는 거냐는 시작부터 시어머니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나는 엉엉 울다 도저히 앉아있을 수 없는 만큼 정신이 멍해지다 대문을 박차고 뛰쳐나오고 싶을걸 겨우 참다 참다

한 시간 정도였는지도 모를 그 시간을 겨우 버티고 버티다 집에 올 수 있었다 그놈의 예의가 먼지 집으로 바로도 못 오는 한심한 우리 처지가 딱 그 짝이지 싶을 만큼 우리는 최소한 그 정도였다

울다가 베란다로 도망치면서 동서가 나를 다독여주고 다시 거실로 와서

정신을 놓았다는 게 맞을 지도 나는 그때 시어머니가 내뱉는 말들을 반쯤은 기억하고 반쯤은 기억하지 못하다.. 그렇치만 딱 하나 정확히 기억하는 건 아이가 아픈 게 엄마 아빠 탓이라고 아이를 야단치고 체벌하는 아빠의 엄한 점과 아이를 달래주며 품어주는 엄마의 노력이 있음에도 아이가 아프다고 하셨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말... 말... 말..... 말..... 이해되지 않는 말들 대화를 따발총같이 들이부으셨다..

한 시간이 가까이 입 밖으로 내뱉고 싶은 말이 조금 심한지 그제야 시아버지가 그만하라고 하셨다.. 겨우 그제야 할 말 없는 말 다하는데 한마디 입도 뻥긋한 하고 그제야 말리는... 그래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며느리였구나 하고 여긴 게... 그간의 노력이 부질없구나.. 아무짝도 쓸모없는 짓을 했구나 생각이 들면서 집으로와 겨우 몸을 눕혔다..

온갖 말의 쓰레기 통이 된 기분.. 남편은 그럴 수도 있다고 했던 거 같다.. 부모님의 성향을 알고 심했지만 그럴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손들었다 더 이상 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말아 달라고 할 수 없다고


시댁아파트 도어록 건전지가 떨어졌는데도 남편을 불러서 열어달라고 몇 번씩 부를 때도 군말 없이 갔고.. 사 집 안 경조사에 끌려다니며 큰아들 며느리 노릇은 바라고 일방적 지시만 내려놓으면 하게 하고 안된다는 말은 하면 큰 잘못을 한 것처럼..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우리에게 자수성가 해라말로 상견례 자리가 끝난 후 엄마의 마음 섭섭하게 하신 시부모님들이 나는 작게나마 든 정도 떨어졌다 자수성가하라는 말에 손 벌린 적도 없고 도와달라고 철없이 행동한 적도 그저 둘이 힘을 합쳐 가정을 꾸리며 내도리 해야 남편 맘이 편하기에 묵묵히 따라 주었던 나는 내 자식이 아프다고 이런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나... 의미 없다.. 노력의 대가를 바란 적도 없는 내 삶.. 나쁜 생각에 빠져 아이와 죽을까도 했다.. 죽고 싶은 게 이런 거구나...

아이가 태어나 자라고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불러준 손자가 아픈데 남도 아닌 분들이 이런 태도에 마음이 사무쳤다 나는 며느리라 다 맘에 들지 않고 불만도 손해도 본다고 여기고 살아갔지만 손자의 아픔에 무관심을 넘어서 원인과 결과를 만들어 탓하는 태도에 나는 더 정신을 차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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