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이 시작될 거라는 헛된 꿈
아이들이 모두 초등학교에 다니고
이제는 나도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게 너무 바보 같다
특별한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닌데 단순히 집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내 마음이 욕심을 부린 게 들키기라도 한 듯
우리 집 사고뭉치 둘째에게 갑자기 병이 왔다
나는 내 탓을 해본다
잘못된 거라고 운이 나쁜 거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상태가 안 좋다
어느 날 내가 바라지 않던 방향으로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하고
하루가 지나고 또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나도 남편도 힘들고 속상함에
서로 말할 수 없는 상태로 아들의 치료에 매일 병원으로
매주 매달 몇 달이 될지 모르는
아이의 아픔으로 부부 사이도 가족의 균형도 깨지기 시작했다
마흔이 되면 나는 더 행복하고 더 즐겁고 더 신나게 살 줄 알았다
지금 마흔넷이 되니 진료받고 조금 덜 속상하고 의연하게 버티려고 한다
아픈 아이가 너무 잘해주고 이겨내고 있으니까 나만 보면 애교로 웃기는
표정으로 기운을 주려는 모습에 마음을 고쳐먹는다
내가 아픈 게 아닌데 아픈 아이가 저리도 힘내고 있는데...
내가 나쁜 마음을 먹을 수 없이 해맑은 우리 아이가 나를 보고 웃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