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밥솥

밥은 먹고 다녀

by 인해 한광일

필요할 때
이십 분 전에만
버튼 꾹 눌러 놓고
너는 네 할 일 해

네가
머리 감고 세수하는 동안이면


헝클어진 생각을 헹구고

심장을 추스르는 동안이면


나도 충분히
뜨거운 가슴이 될 수 있어.

네가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매만지는 동안


나는
끓어오르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겠지만
상관하지 말고

네가
잠자리를 개키고
머리카락을 줍고
양말을 신고
셔츠의 단추를 채울 때쯤이면

나도
내 뜨거운 가슴을 거의 진정하고
네게 행복한 신호음을
발신할 수 있을 거야

그렇지,
그냥 나가 버리는 건
정말 매너가 아니지


찬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수저 챙겨 놓고 어서 날 열어 봐
고슬고슬하고
윤기 나게 준비한
너의 아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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