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 지하철 전차 시점
나는
길고 긴 사다리를
뉘여 뒤집어 놓고 다니는
비늘도 지느러미도 없는
쇠로 된 물고기다
식인 물고기다
낚시꾼들은
물고기가 모여드는
포인트를 찾아다닌다던데
내겐, 내가 서는 곳
그곳이 곧 포인트다
먹잇감이라니, 후훗
사람들은
먹잇감에도 순서가 있다며
차례 지켜 줄까지 서는 걸, 뭐
포인트에 잠깐 멈춰 서서
옆구릴 열기만 하면
사람들이 스스로 내 뱃속을 채우는 거지
도심으로 들어갈수록
나는 점점 과식을 하게 돼
날마다 이쯤에선
약간의 복통을 앓기도 하지
건너편에서 헤엄쳐 오는 녀석도
폭식의 소화불량을 품은 눈치야
소화불량은 어쩔 수 없어
나는 위도 소화액도 가지지 않았거든
그러니 사람들은
내가 서서 옆구릴 열 때마다
졸음을 떨쳐내고
다시 멀쩡히 살아나
제 길을 갈 수 있는 거지
도심을 벗어나
교외를 향해
빛나는 길을 달릴 땐
비로소
공복의 행복에 몸이 가벼워져
먹었던 것을 모두
온전히 방생함으로써
나는 먹은 게 하나도 없는 거지
비만 같은 건 걱정 안 해
먹이들아,
내게서 뭐
배울 건 없을까?
이로써 내 먹이는
이로써 내 생은
내일도 풍요로울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