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 모음1

통닭, 사육신 배짱으로

시장 통닭, 기름 솥에서 목욕재계하다

by 인해 한광일


또 해체 쇼가

보고 싶은 거냐?


기름종이를 찢고 나온

튀김 통닭 한 마리

머리도 없이

발가락도 없이


해볼 테면 해 보라며

두 날개와

두 다리를 헤벌리고

식탁 위에 벌러덩 누웠다


온갖 살점을 뜯기고

온갖 근육이

발기발기 헤집어져도


다리뼈가 부러지고

목뼈 갈빗대가 흩어지고

날개뼈가 부서져도


소름 끼치는 매운 고문에도

뼈만 남는 천형에도


목소리만은

한 점도 내어주지 않겠다며

통닭은 미리

머리만은 빼돌려 두고 당당하다


사육신 같이

결연한 기개로

해볼 테면 해 보라며


다리를 찢을 테냐

날개를 꺾을 테냐


통닭,

절대로 치킨으론

불리지 않겠다며

해체의 순간에도 당당

벌러덩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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