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 모음1

낙엽

by 인해 한광일

처음엔 키워주시던 어머니 곁을

호르르 웃으며 떠나 왔지만

실은 그로부터 참으로 숱한 아침을

눈물 바람으로 젖어들곤 했지


살다 보니

눈부신 카펫도 되어 보고

운 좋게 풀벌레들의 무대도 되어보고

때로는 밤톨 같은 열매를 쥐어본 적도 있지만


낙엽의 삶이란 결국 썩어버리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쯤은 알게 되었지

그리고 무더기로 썩은 품속에서

마침내 무언가 새로 시작될 것이라는 것도

모른다 말하진 않겠어.


세파에 이리저리 시달리다 보면

선명했던 꿈은 점차 퇴색되고

하필 갈퀴 끝에 걸려 허우적대던 날엔

어머니 같은 빈 가지들과 눈 마주치곤 했지


그런 날이면 떠나온 날의 어머니 눈빛이 떠올라

끝내 어머니 생각을 닫지 못하고

바위 뒤에 숨어 혼자 슬픔을 풀썩거리곤 했었지


그러나 나도 나중엔 알게 될까,

헤맬 만큼 헤맨 삶들이 낮은 곳에 무궁무진 쌓여

눈부신 햇살을 가벼이 바라보며

해탈한 낯빛으로 웃는 그 메마른 잎들의 경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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