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워지지 않는
기름 때 묻은 손
살구보다 더 살구향이 나는
살구비누를 믿어보기로 한다
눈처럼 흰 손의 배우처럼은
어림없을 테지만,
'우선 살구 봐야지' 하시던
어릴 적 아버지의 손톱을
살구비누 거품 속에서
언뜻언뜻 뵈며
유분을 말끔히 없애준다는
살구씨 성분으로
삶의 찌든 때를
매끈매끈 문질러보지만
살구씨 성분으로도
손톱 밑 때는 쉬 빠지지 않는다
에이, 밥 먹고 나서 또 기름 묻힐 걸
손씻기를 그만 멈추고
우선 '살구 보려고'
식당으로 발길을 내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