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 모음1

나뭇잎들의 병영 일지

by 인해 한광일

햇살 아래 노랗게 옹알거리던 잎들이

어느새 이팔청춘을 건너 윤기 번들거리며

푸른 바람을 일으키며 까르르 웃는다

청춘이 다 그렇듯

잎들도 종종 저희들끼리 근심을 수런거리며

군대는 다녀 와야지, 가을 하늘에

저마다 빨갛게 손바닥 도장을 찍곤

우수수 겨울 훈련소에 입소한다


얼떨떨 신병이 되어 땅바닥을

이리 구르고 저리 달리고

이리 몰리고 저리 흩어지며

때깔이 다 빠지도록

호된 훈련을 치른 뒤


고만고만한 운빨로

얼음골이나 수채 구멍

도로변 경계석 아래나

바위 틈바구니로

자대 배치를 받아

꾸벅꾸벅 졸기도 하면서 경계를 서곤 하지만


더러는 냇물 위에 납작 엎드려

바다까지 침투하여 짠물에 절여지기도 하고

더러는 강풍을 타고 솟아 수없이 뒤집히며

어지럼증을 이기며 공중 강하 훈련을 받기도 한다


중간중간 휴가란 걸 나와

친구들과 거리를 쏘다녀 보기도 하고

과음으로 소나무 수피를 붙들고 토악질도 하다가

쓰린 속으로 힘겹게 부대 복귀를 하곤 하지.


어쨌거나 정해진 복무 기간 동안

찬바람에 얼차려도 받아가며

간헐적인 극기훈련으로 넋을 잃으며

다시 또 흙모래 잔밥을 수없이 퍼먹다보면


몇 개월 썩은 세월이 아깝다가도

또 앞서거니 뒤서거니

제대 날짜를 맞이하여

다시금 몽글몽글 꿈을 꾸며

감개무량 흙삽을 타고 사회로 나아가

대자연의 자양분으로 스며드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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