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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해 한광일 May 02. 2024

아주 오만한 글, 명품학부모 안내서

13. 아이의 떼쓰기에 지지 마세요

  부모가 져주면 선생님도 이기려 듭니다

  아이가 떼를 씁니다. 엄마는 빨래도 개켜야 하고, 밀린 은행일도 보아야 하며, 아직 집안일도 끝내지 못했습니다. 회사 업무도 남아 있는데, 반려자의 부탁도 챙기지 않을 수 없어 너무 바쁜데 막내 아이가 잠에서 깨어 나 울기 시작합니다. 우유를 타느라 정신없는데, 큰 아이가 부당한 것을 요구합니다. 엄마는 몇 번이나 거절하다가 하도 정신이 사나워 나중엔 그냥 큰 아이의 떼를 들어주고 맙니다. 아이는 자신의 억지스런 요구를 떼로써 성취해 내는 첫 번째 성공 경험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한 번으로 아이는 다음의 비슷한 상황에서도 또 떼를 쓰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성공한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이가 이를 전략적으로 사고하여 실행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성공 경험은 아이 뇌의 무의식적 층리에 잘 저장되어 필요할 때 발현되는 것이겠죠. 두 번째도 이 ‘떼쓰기 작전’이 성공한다면 이 전략은 이제 상당히 강화될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부모가 아이의 무조건적인 떼쓰기에 져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당연히 정당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이가 떼를 써서 부모를 이겨 먹은(?) 경험은 이후 학교 생활에도 부적응의 씨앗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학교는 그러한 떼쓰기에 굴복해선 안 되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그것이 통하지 않는 것에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고, 자신의 떼쓰기 전략이 통하지 않는 것에 대해 자신의 부모에게 호소하게 될 것입니다. 이때 부모는 어느 편에 서게 될까요? 교사와 마찬가지로 아이의 중요한 교육자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부모는, 핏줄이 당기는 대로 아이의 편에 서곤 합니다. 아이를 차근차근 가르치기보다는 되레 아이의 작은 입의 확성기가 되어 학교를 질타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아이와 부모와 교사가 불행해지는 시작점입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행복하면 부모도 당연히 행복해집니다. 그렇게만 되면, 아이 키우는 게 힘든 일이  아니라 행복한 일이 되겠지요. 


  아직 입학 전 큰 아이가 부당한 요구를 했을 때, 아무리 바빠도 엄마는 아이의 눈을 마주 바라보았어야 했습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5분 정도의 시간을  들여 진지하게 아이와 마주 앉아야 했습니다. 아이를  가만가만 설득하거나, 아이를 안아주며 위로해  주었어야 합니다. 부모의 말을 따르는 아이를 칭찬해 주고, 조금 참고 기다리는 아이를 사랑해주었어야 합니다.


  세상 그 무슨 일이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자식 농사가 최고라 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자식을 바르게 키우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행히 자식 농사도 세상의 이치와 같아서 좀 더 어린, 초등학교 입학 전 시절에 집중적으로 바로 서게 도와주면 아이는 이후로 거의 대부분을 똑바로 잘 자랄 수 있습니다. 입학 전 시기까지의 부모의 진심 어린 이러한 자식 교육은, 입학 후 대부분의 학교 생활에서 아이를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곧 학부모의 행복이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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