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가 없다

나도 어쩔 수가 없다。

by 인해 한광일

감독의 영화가 해외 수상에 불발 되었다고 했다。 여러 모로 바쁜 요즘이라 영화는 꿈도 못꾸고 있다가 정말 우연찮게 기회가 닿았다。붐비진 않을 것이다。더욱이 목요일의 6시 영화다。 예상 그대로였다、 아니 예상 밖이었다。이렇게 관객이 없을 수 있나 싶게 영화관은 거의 비어 있었다。열 명도 안 되는 관객 중 하나가 되어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를、 수상 불발이 되었다는 그 영화를 만났다。


블랙 코미디라고 해야 하나。 웃음 요소가 곳곳에 있지만 왠지 웃으면 스크린 속 인물들에게 미안할 것 같은 、 그래서 웃으면 안 될 것 같은 영화다。 가족 사랑이 있고、 시대적 상황처럼 주인공은 25년을 근무한 제지회사에서 그들의 대사대로 ‘모가지’를 잘렸다。 재기하려고 애썼지만 쉽게 재기할 수 없었고、 그는 점점 더 자기가 애써 이룬 것을 지켜내기 힘든 상황으로 몰렸다。선진 산업화로 인해 그곳에 자신의 경력과 이력을 밀어 넣는 것은 무의미에 가까워 고난이 계속되었으나 기어이 재취업에 성공하려고 기를 썼다。 좁은 바늘구멍이 된 취업 기회를 잡기 위해선 자기보다 나은 실력자를 제거해야 했고、 그런 행위를 그는 부인에게 면접을 보는 일이라고 했다。살인이 있었고、 요행이 들키지 않았으나、 그의 부인이 알아냈다。 또 동시에 아이가 휴대폰 가게를 침입하여 어려움은 두 겹이 되었다. 남자 주인공은 휴대폰 가게 주인의 커다란 약점을 이용하여 자기 아들의 범죄를 없던 일로 만들었고、 아내는 아이에게 아버지가 한 일은 살인이 아니라고 했다。 그들의 처절한 노력이 얼마나 안타까웠던지 영화를 보는 나는 그들이 들키게 될까、 그가 마침내 자동화 기기의 오작동에 의해 최후를 맞게 될까 몹시 걱정스러웠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영화들은 우리에게 정의가 아닌 것들은 마침내 정의로부터 응징되거나、 그것도 아니면 영화적 우연의 장치를 통해서라도 징벌되는 광경을 보며 항상 정의의 승리를 목도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주인공의 범죄는 들키지 않았고、 극적으로 초현실적인 제지회사에 취직이 되었고、 자동화 기기들은 그 넓은 공장에 한 명뿐인 주인공을 잘도 피해다녔다。 그들의 아이는 극적으로 기막힌 첼로 연주를 완성했고、 그들의 반려견들도 무사히 돌아왔다。 영화는 그렇게 맺었다。


박찬욱 감독은 왜 그랬을까¿ 감독은 왜 주인공의 살인을 눈감아 주었을까¿ 주인공의 아내는 왜 살인의 진실을 파헤치지 않았을까¿ 아이의 스마트폰 가게 침입은 왜 용서했고、제지회사의 자동화 운송 기기들은 왜 주인공 앞에서 오작동하지 않았을까¿ 감독이 아니라 원작은 누구일까¿ 그들은 왜 그랬을까¿ 뭘 어쩔 수가 없었다는 것일까¿


그 영화가 수상하지 못한 것은 천만 다행이었지 싶다。만약 이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쳤다면、 사람들은 살인이라는 어마어마한 범죄에 대해 가족 부양을 위한 처절한 노력이었으므로 용서될 수 있다고 오역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었을까¿ 가족사랑이면 살인이 용서된다는 어쩔 수 없다는 박감독의 생각은 이의를 만나야 한다。


영화의 잘못된 메시지를 흐리기 위해 블랙 코미디의 요소를 도처에 넣었다 해도 위험한 발상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다. 박감독은 영화를 이렇게 만들 수 밖에、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나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이렇게 비판할 수 밖에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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