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학교로 전근왔다

허니문 기간이 인생 전체를 결정할 수도 있겠다

by 인해 한광일

학교를 옮겼다. 다들 그대로 있는 학교에 나만 홀로 퐁당 뛰어들어갔으니 당연히 나는 모두의 주목 대상이다. 발령 전 이곳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와서 긴장감이 없진 않았지만, 난 오히려 새 신랑마냥 들뜬 기분이었다. 3주가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새 학교의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고, 새 학교의 모든 분들이 참 고맙다. 그들에게도 내가 그러면 좋겠다. 이른바 허니문 기간이 아닌가? 그래서 그런 건진 몰라도 먼저 지내던 학교의 교장실보다 절반 밖에 안 되는데도 난 갑갑증은커녕 안락하기만 하다。 크게 다를 바 없는 컴퓨터 시스템이지만 키보드도 손가락에 착착 붙는다。 마우스 휠이 잘 구르지 않는 점 등은 그냥 어느 곳에서든 발견될 수 있는 작은 불편이다。


동생과 마주 앉아 맥주잔을 기울이는데、 동생이 내게 들어보니 뭐 별 특별날 것도 없구만 웬 호들갑이냔다。 그곳도 얼마 전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있었던 곳이란다。옛날부터 내가 뭘 하나 새로 만나면 그냥 그게 최곤 줄 알곤 했다나。내게 좀 진득한 정이 원래 없었다며 핀잔이다。


즐거운 아침이다。 이제 9월 중순답게 날씨도 쾌청하다。 교문 앞에 나아가 등교하는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한다。아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자 아이들도 이제 몇번 봐서 안다는 듯 스스럼없이 인사한다。 아니、 좀 당황스럽게도 몇몇 고학년 남자 아이들은 내 인사를 외면한 채 교문엘 들어선다。이 학교로 전근한지 3주 만에 처음으로 불편감이 인다。 저쪽에 있었던 녀석들이 여기에도 있었나 보다。 어떤 녀석은 스마트폰 화면 말고는 절대로 아무것도 보지 않겠다는 듯이、 스마트폰을 앞세우고、 그 스마트폰에 눈빛을 박은채 조금도 흔들림없이 교문을 통과한다。 이건 아니지 싶은 상황이 이어진다。 아이의 한 부모가 앞의 그 아이마냥 내 인사를 밀치며 아이 손을 꼭 잡은 채 교문을 통과한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난 아직 학부모들 앞에 전면으로 나선 적이 없으니 모르는 사람의 인사가 낯설을 수도 있을 테다。 2학년 쯤의 아이가 내게 가까이 다가와 넙죽 고개 숙여 인사하더니 단풍잎만한 손바닥을 펼쳐든다。 아이의 뒤를 따라오는 엄마가 ‘하이파이브 하자는 거예요’ 한다。 기꺼이 내 호박잎만 한 손바닥을 펼쳐들었다。역시 즐거운 아침인 거야。 모든 것이 조금씩 더 나아질 거야。9시가 다 되어 등교하는 아이의 뒤를 따라 학교 안으로 나도 내 그림자를 거두어 들인다。


학교 역사가 제법 되었는지 외벽 페인트가 많이 낡았다。 건물 구조도 다른 어떤 곳보다 더 복잡해서 점심 급식실에서 나와 한 번에 교장실을 찾지 못한 일이 벌써 몇번 째다。 교감선생님이 날 덜 무안하게 하려는 말이겠지만、 자기도 적잖이 헤매곤 했단다。 게시판이 등교로의 차도 건너편 쪽의 엉뚱한 곳에 서 있어서 아마도 아무도 읽지 않는、 읽을 수 없는 시설이다。 교표도 낡았고、 계단의 미끄럼 방지용 신지도 떨어져 덜렁거린다。 나의 얼마 전의 저쪽 학교는 전문적인 관리를 받는 곳이라서 이런 일은 결코 없는 곳이다。 그래도 괜찮다。 이미 행정실장이랑 교감선생님도 다 알고 계신 일이고、 필요한 작업을 위해 면밀히 조사 중이랬다。그렇지 겉모양이 뭐 대단할까。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중요하지。 마주치는 사람들마다。상큼하게 웃어주시니 나는 팔자주름이 더 깊어지는 줄도 모르고 더 크게 웃어준다。 그러고보니 학교 곳곳에 재미난 구조가 많이 펼쳐져 있다。 아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체육시간을 까먹을 일이 없겠다。 곳곳에 아이들끼리 모여서 무슨 놀이도、 공연도 가능한 공간들이 품을 열고 있다。 제법 괜찮은 학교다。 그럼 그렇지。첫 인상이 중요하다니까。다시 한 번 좋은 학교에 온 게 틀림없음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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