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토론

삼국지 매니아

by 인해 한광일


사람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일을 한다.

사람에 따라서 삼국지를 보는 생각이 다 다르겠지만, 나는 삼국지의 주제를 그렇게 보고자 한다. 조조의 대군 적지(敵地)를 휘젓느라 피투겁으로 만신창이가 된 채, 아두만은 온전히 품에서 꺼내 바치던 조자룡에게 유비가 아들을 내던지며 했다던 한마디는, ‘저 훌륭한 장수를 내 아들놈 때문에 잃을 뻔했구나.’였다고 한다. 삼국지의 인물 중 유비를 가장 훌륭하다 생각하진 않으면서도, 삼국의 패자가 유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비의 ‘사람을 알아주는’ 인품만은 삼국지 전편(全篇)에 빛나게 흐르고 있어, 나는 유비를 동정한다. 조자룡뿐일까, 삼고초려(三顧草廬)로 모셔진 제갈량 또한 어찌 우둔하다 하여 유비를 배신할 수 있겠는가?

자식 입에 음식 들어가는 것을 보는 행복이란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열심히 지은 밥을 식구들이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고 행복을 느끼는 것은 아무래도 대부분은 어머니들 일 것이다. 베풀고도 행복한 고매한 사랑이다. 그런 이유로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마땅히 아이들과 남자들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 밥상이야말로 일상의 사랑이건만, 일상이 된 사랑이라서, 감사를 잊고 지내는 게 또한 일상이 되어 버린 건 아닌지? 학교에서 힘든 것을, 일이 뜻대로 잘 안 되어 속상한 것을, 노력했으나 이루지 못한 아픔을, 들어주고 안아주고 알아주는 어머니의 밥 아니겠는가. 우리는 유비의 인품을 닮은 어머니의 밥심으로, 매일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어머니의 밥상에 감사한다. 아내의 밥상에 감사한다.


식물학자나 식물 유전자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꽃을 보고 그 이면을 생각할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보통의 우리들은, 꽃이란 식물의 번식을 위한 교묘한 수단이라거나, 곤충의 노고를 빌려는 교활한 거래라거나 하는 이면(裡面)의 진실을 몰라도 좋다. 그저 그것은 자연이 인간에 베푸는 무한정의 선물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그러니 그저 꽃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거나 마음이 행복해지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꽃은 보호받을 가치와 사랑받을 가치를 비로소 지니게 되는 것이다. 꽃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자태와 향기를 그렇게 무조건 베풀어 주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꽃이 아름답게 피고 지는 것을 지켜주어야 한다. 아름다움을 마음속까지 물들이는 꽃들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푸른 숲의 시혜(施惠)에도 감사할 일이다.


체육대회가 늦게 끝나 해가 저물 때가 되어서야 뒷정리를 하게 되었다. 그 늦은 시간까지 어디에서 지켜보고 있었는지, 뒷정리로 바쁜 내게 한 사람이 불쑥 다가와 책을 내밀었다.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저자의 사인을 직접 받고 싶다는 말이 참 고마웠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청소로 더러워진 젖은 손으로 펜을 쥐고 사인을 해드릴 형편이 되지 못한 것이 내내 미안한 일이 되었다. 그가 아쉬워하며 돌아가고 난 뒤에 후회가 밀려들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었나 보았다. 얼른 수돗가로 가서 손을 씻고 돌아왔어야 했나 보았다. 후회 속에 내 행동이 그에게 거만으로 보이지 않기만을 바라마지 않았다. 칭찬과 마찬가지로 감사도 때가 있음을 알았다.


아마도 삼국지는 앞으로도 오래도록 읽히고 또 읽힐 것이다. 아들도 딸도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삼국지 매니아이다. 딸아이는 조조의 간교함을 관점을 바꿔서 다시 보라 한다. 아들은, 그렇게 훌륭한 자원을 모두 가졌으면서도, 유약하고 어리석었던 유비를 또 지적한다. 그러나 나는 관우와 장비가, 그리고 조자룡이 또한 제갈량이 천하 곳곳을 누비며, 두루두루 꽃을 피운 힘의 원천이 유비의 ‘알아 줌’심성에 있음을 모르겠느냐 역설한다. 물론 다시 말하지만, 삼국지의 즐비한 인물 중 유비를 가장 존경하진 않는다. 그래도 두 아이에게 ‘알아주는’ 심성 ‘감사하는 마음이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에 끝내 동의를 받아내고 만다.







하늘을 나는 법



새들에게 물어도 소용 없을 거야

'날개가 안 보이니?' 할 걸


민들레 홀씨도

널 보며 이상한 눈으로 깜박거릴 걸

먼저 바람타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물고기들도

입을 오물거릴 거야

하늘은 나는 게 아니라 헤엄치는 거라고


비닐 봉지마저도 큰 입 달싹거리며

말하고 싶어 할 걸

먼저 자신을 완전히 비워야 한다고


하늘을 나는 법이란

저마다 다 다른 법이야


그러니 너도

하늘을 나는

너만의 방법을 찾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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