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밭에서 막 들어온 푸르른 배추는 우선
소금 맛을 봐야 한다
서슬 퍼런 이파리가 짠맛에 시달리는 것으로부터
이제 겨우 시작이다
뻣뻣한 자존심을 죽인 배추 위로
구멍 숭숭 난 잘린 파들이 쏟아져 내리고
견디기 힘든 고춧가루의 매운맛을 뒤집어써야 한다
콧속을 찌르는 마늘 다짐과
생강 다짐 한 줌의 얼차려를
온몸 구석구석 겪어내야 한다
이쯤에서
배춧잎은 더러 달큰한 배 조각이나 물 때도 있으나
다시 또 비릿한 새우젓국에 젖어들어야 한다
온몸으로 이 모든 것을 맛 본 뒤에야
온몸으로 이 모든 맛을 받아들인 뒤에야 배추는
배추김치로 숙성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고난을 겹겹이 껴안고
비로소 자랑스럽게 익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