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지옥의 최고형량 예비수형자가 바로 나?
"문이 열리네요~"
"덜커덩."
이상하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면 성큼 나아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어렸을 적에는 반에서 1등을 하던 친구들, 대학을 다닐 때에는 졸업 전에 취업을 하던 학우들, 졸업을 하고 난 뒤에는 추구하던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저들과 나의 명백한 차이점은 무언인가? 그것은 바로 '목적인식'의 차이였다.
오늘은 상세한 '목적인식'의 필요성과 경계해야 할 '가짜노력'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가짜노력'이란? '시간과 에너지를 있는 대로 들였으나, 원하는 지점으로 나아가지 못한 자가 벌인 행위'를 뜻한다. 쉽게 말해, '헛수고'다.(적어댄 말들이 다소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겠다. 다만, 내가 쓰는 글은 배설이며, 모든 글은 나에게 쓰는 편지다. 회피성이 강한 사람인 나에게 데미지를 입히려면, 직설적으로, 예리하게 벼린 칼로 푹 찔러줘야 한다. 분명 나를 타겟팅하여 쓰는 글이겠으나, 논타겟팅 광역스킬로 느껴지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 양해의 말씀을 드리며 글을 이어간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알고(목적인식), 걸맞게 실행하면(노력) 달성한다. 내비게이션으로 바꿔 말하면, 좌표 찍고 길 따라가면 된다. 꽤나 간단하다. 이런 간단한 것을 나는 왜 못했는가? 하나씩 뜯어가며 패보자.
이제부터 심문관 'Q'가 죄인 'A"(글쓴이)를 심문한 심문조서 중 일부를 살펴보자.
Q : 본인이 설정한 목적과 실행과정을 거짓 없이, 상세히 진술하시오.
A : 목적은 '돈'이었습니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벌이가 필요했습니다. 어떤 일을 하면서 벌이를 충족시킬까 고민하다, 그저 좋아하는 일로 벌이를 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 같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지냈습니다.
Q : 본인이 했다는, 좋아하는 일이라는 게 뭐였습니까?
A : 음악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트랙메이킹'이었습니다. 트랙을 만드는 트랙메이커가 되어, 소속사에 취업을 하거나, 만든 트랙을 팔아서 벌이를 하고 싶었습니다.
Q : 트랙메이커라, 트랙메이커로 벌이를 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답하십시오.
A : 트랙메이커는 쉽게 말해, 멜로디가 없는 형태의 음악을 만듭니다. 이러한 것을 만들어 탑라이너, 작사가, 가창자 등과 협업하여 완전한 형태의 곡을 만들게 됩니다. 저는 트랙메이커이니, 트랙을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가능하면 매일 만드려고 노력했습니다. 한번 앉으면 6시간 이상씩 시간을 들이기 일쑤였습니다.
Q : 노력한 기간은 얼마나 됩니까?
A : 만으로 2년 조금 넘겼습니다.
Q : 본인이 만든 트랙이란 것을 타인과 공유했습니까? 남들이 볼 수 있게 했냐는 뜻입니다. 본인이 노력했다는 결과물들, 그것들을 완전한 곡의 형태로 완성하려면, 앞서 말한 협업이라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협업을 위한 노력을 했는지 묻습니다.
A : 아니요, 안 했습니다.
Q : 이유는요?
A : 타인에게 공유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결과물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만드는 과정 속에서 제가 만든 결과물들을 반복하여 들어볼수록 자신이 없어졌고, 시중에 다른 메이커들이 만들어놓은 트랙들을 들어보면 솟구치던 자신감, 제 트랙에 대한 애정도 떨어져 갔습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하드에만 쌓아두고 살았습니다. 부끄럽지만, 마음에 드는 트랙이 나오면 저 혼자서 완전한 곡의 형태로 완성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었습니다. 때문에, 정말 마음에 드는 트랙이 나와도 숨겼고, 마음에 들지 않는 트랙이 나와도 숨겼습니다.
Q : 그런 식이었습니까? 본인이 만든 것들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으니, 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아도 할 말이 없지 않습니까?
A : 맞습니다. 맞습니다만......
Q : 제안합니다. 이전에 만들어놓은 것들과 앞으로 만들 것들을 가감 없이 세상에 드러내십시오. 그리하지 않으면, 당신이 원하는 돈은 절대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하겠습니까?
A : 사실 제가 요즘은 글을 좀 쓰고 싶은데요. 이걸로 벌이를 해보는 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Q : 완전히 글러먹은 사람이군요? 죄인을 당장 끌어내십시오!
A : 선생님! 선생님!!!
......
추하다. 정말이지 눈뜨고 봐줄 수 없다. A는, 나는 어디서부터 잘못했을까? 나의 목적지는 어디였을까?
나는 트랙메이커로 시작하여 나아가, 싱어송라이터의 삶을 살고 싶었다. 사실 처음부터 싱어송라이터의 삶을 살고 싶었다. 노래하는 베짱이의 삶을 살고 싶었다. 비열한 녀석이다. <개미와 베짱이>를 보면 베짱이의 말로는 착한 개미가 있었기에 괜찮을 수 있었다. 현실은 어떠한가? 아무도 베짱이의 노래를 기대하는 이는 없다. 내가 아무리 노력했다 한들, 이를 좋게 평가해 줄 이들도 없다. 내가 노래를 만들지 않더라도 세상은 잘만 돌아간다. 본인이 느끼기에도 가치가 없는 것을, 가치가 있다고 속이며 대중에게 접근하여 그들을 설득해야 했다.
나는 결과적으로 트랙메이커의 삶과 싱어송라이터의 삶 중 어느 것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끝은 어떠한가? 글을 쓰겠다며 2년간의 생활을 묻어두고, 다른 구멍으로 도망쳤다.
오, 참으로 역겹고 한심하다. 세상 일에는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 이것저것 건드려보려는 그 꼴이 참으로 우스우며, 그 말로가 훤히 보인다. 선택과 집중을 무조건 해야 한다. 확실히 해야 한다. 내비게이션을 딱 찍고, 묵묵히 주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짓은 목적지를 초단위로 바꿔가며 주행하고 있는 미쳐버린 운전자이지 않은가? 당장 면허를 취소시켜야 한다. 어딘가에 투옥시켜서 꿈 따위는 꾸지도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회의 부품으로써 죙일 굴리다가 차디찬 말로를 맞이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편이 세상에게는 훨씬 이로울 것 같다.
그만, 그만...!!! 매타작을 부디 거두어주소서. 갱생하겠습니다. 부디 매타작을 멈춰주십시오. 사실 그대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것은 일말의 관심도 없다. 평생 헛수고만 반복하다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어딘가에서 썩어가더라도 추호도 안타까워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한며, 단언한다.
그대는 가짜로 노력했다. 뚜렷한 목적도 없이 살았고, 한마디로 허송세월을 보냈다. 부정할 수 있는 가? 부정할 수 없다. 나만을 위한 갱생프로그램을 짜준다면 어떻게 짜야할까?
- 나만을 위한 갱생프로그램
1. 목적지를 설정하라.
- 가장 가까운 목적지로 설정하라. 장거리 운전을 하기에는 미숙한 초보운전자다.
2. 성실히 이행하라.
- 가는 도중에 쉬어도 된다. 임시정차는 허락하겠으나, 포기하거나, 다른 목적지에 대한 기웃거림을 철저하게 경계하라.
자, 갱생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서 내용을 작성해 보자.
1. 싱어송라이터의 삶을 살자. 곡을 만들고, 만들어지면 즉시 유튜브에 업로드하자.
2. 1을 루프시키자.
계획은 짧게, 실행은 빠르게, 그리고 반복한다.
잠깐, 그동안의 벌이는? 시간을 팔아서 벌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