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 따뜻한 우리네 도시
오래간만에 찾아간 서울이었다.
정든 집, 정든 동네와 조금은 멀지만 집 앞의 거리만큼이나 거닐었던 또 다른 동네까지 갔다.
조금은 떨어져서 다시 바라본다.
무엇을 위해 울고 웃는가?
내가 쥐려는 것들은 무엇을 위한 쥠인가?
씹으면 씹을수록 손아귀에 힘이 풀려나간다.
조급할 필요가 없다.
정말 조급할 필요가 없다.
커 보이는 것들이 산만치 크게 느껴져 공포스럽다.
긴 시계열, 멀리서 바라본다.
짓누르는 거대함이 작아지고, 가벼워진다.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랴.
주어진 시간을 쓴다.
놓인 시간 위를 걸어간다.
그저 걸어간다.
걸어감에 의미를 찾는다.
의미는 없다.
결국 의미는 없다.
나의 의미는 너의 의미가 아니다.
너의 의미 또한 나의 의미가 아니다.
인정한다.
수용한다.
거부한다.
인정한다.
너의 말이 어렵게 느껴진다.
느낀다.
그럼에도 느낀다.
흘러가며 무엇인가 흘린다.
쥐었던 것을 다시 놓는다.
작은 손을 탓한다.
커다란 저것을 탓한다.
이 마음을 탓한다.
탓하는 이 마음을 탓한다.
버티며 살아간다.
살아가다 살아간다.
바다 위 안개가 짙어진다.
자옥한 안개 너머에 존재할 무엇을 찾는다.
실채는 알 수 없는 무엇이다.
눈꺼풀 위에 무게를 비비어 치운다.
내가 사는 이 도시는 텅 비었으면 한다.
내가 사는 이 집에는 서랍이 없었으면 한다.
내가 입고 있는 아 옷에는 주머니가 없었으면 한다.
나의 마음은 항상 따뜻함으로 가득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