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첩 이야기

by 오월 나무

* 앞의 글 '갱조개국, 섬진강과 남해가 만나는 곳에서'와 맥락이 이어지는 글입니다.


갱조개는 재첩의 사투리로 강조개에서 유래한 하동 사투리인데 가막조개라고도 부른다. 가막조개는 까만 아기조개라는 뜻으로 재첩의 생김새를 보고 지은 이름이라고 하는데, 재첩의 생김새와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재첩잡이는 주로 봄과 가을 사이에 이루어진다.


재첩은 번식력이 왕성해 하룻밤 사이에 3대손을 볼 정도로 첩을 거느린다고 해서 재첩이라 불린다고도 한다. 어린 시절 하루가 멀다 하고 재첩을 채취해도 다음 날 다시 어제와 같이 내 발바닥을 간지럽혔던 그 많은 재첩, 이제 그 이유를 알겠다.

파랗게 표시한 곳은 어릴 적 재첩을 잡던 곳으로 위로는 하동, 아래로는 여수와 남해가 있었다.

재첩은 모래가 많은 진흙바닥에서 서식하는 민물조개로 특히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서 자란 것이 육질이 연하고 맛이 좋은데, 섬진강의 재첩이 가장 유명하다. 섬진강은 전북 진안의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경남 하동과 전남 광양 사이의 광양만으로 빠져나가는 강줄기로 장장 212km를 흐르는데, 섬진강 줄기가 바다로 빠져나가는 섬진강 하구, 재첩이 왕성하게 자라는 곳에 내 고향, 작은 섬마을이 있었다.


그곳은 섬진강과 남해바다가 만나는 곳으로 재첩이 서식하기 딱 좋은 곳이었다. 재첩은 물 맑은 1 급수에서 산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그 당시 재첩이 지천으로 서식했던 섬진강과 남해는 그야말로 청정구역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그곳에는 1980년대 후반에 공사를 시작해서 건설된 광양제철소가 들어서 있어서 아쉽게도 그 옛날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2018년 ‘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 제7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