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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나무 Oct 13. 2022

슬기로운 소비생활

큰 언니는 나에게 ‘넌 물건 살 때 지나치게 까다로워.’라고 말했고

딸은 나에게 ‘엄마 때문에 저도 물건을 살 때 왠지 주저하게 돼요.’라고 말했다.

나는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했을까?


 물건을 구매하기 전에 꼭 필요한 것인지 먼저 생각한다. 

 나는 사소한 소모품을 제외하고는 물건을 한 번에 사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물건을 고를 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사야 할 물건이 있으면 일단 그것이 꼭 필요한지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하고 결정한다. 구매하기로 결정하면 상품의 가격이나 품질 등을 두루 비교하여 목적에 적합한 물건을 구입하는데 가성비도 중요하지만, 물건의 질도 충분히 고려한다. 그래야 기분 좋게 오래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과거에 비해 물건을 구매하는데 드는 시간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구매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하는 편이다.


 계획에 없는 충동구매를 잘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주로 가족 여행을 했지만, 아이들이 스무 살이 된 이후부터는 친구들과 여행을 하는 일이 더 잦아졌다. 여행을 하다 보면 그 여행지를 기념할 만한 물건이나, 의류, 또는 음식, 때로는 의약품을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같이 여행 간 친구들은 이것저것 물건을 사는데 나는 좀처럼 사지 않는다. 애초에 여행지에서 물건을 사야겠다는 계획을 하지 않고 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물건들이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은 이런 나의 소비성향이 자칫 친구들에게는 지나친 절약으로 보이지 않을까 신경이 쓰여서 스스로 민망하기도 했다. 그래서 여행을 하기 전에 친구들에게 미리 ‘나는 물건을 잘 사지 않는 편이다.’라고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나를 사면 하나를 버린다’는 생각으로 물건을 구매한다.

 다행히 남편도 나와 비슷한 소비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크게 부딪힐 일이 없는데, 유독 남편은 신발에 관심이 많다. 내가 보기에 신발장에 남편의 신발이 많은 것 같은데 더 사고 싶어 할 때, 나는 남편에게 다짐을 받는 경우가 있다.

 “자기, 이 신발 사면 집에 있는 신발 하나 버리는 거죠? 약속하면 사는 걸로~”

 남편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발길을 돌리거나, 정말 필요한 신발이면 산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신발 하나를 버려야 한다. 지나치다 싶겠지만, 우리 집 신발장의 공간이 여유 있게 유지되는 이유이다.


 집안을 정리하는 방법 중 하나는 집안에 70~80% 정도의 물건만 채우라는 것이다. 냉장고는 70% 정도만 채워야 열효율이 높아지고, 책장의 책도 70% 정도만 꽂혀 있어야 새로 구입한 책을 꽂을 수 있다. 부엌 수납장이나 옷장도 80% 이하로 채워야 물건을 찾을 때도 쉽게 눈에 띈다. 집안의 수납 용량을 100% 꽉 채우는 것은 효율성도 떨어지고, 미적으로도 좋지 않다. 이러한 것들이 가능한 것은 ‘하나를 사면 가급적 하나를 버린다.’를 실천할 수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집안의 수납공간의 70~80%만 채운다. 

 우리 집 냉장고에는 식품이 꽉 차 있는 때보다 여유있게 비어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어릴 때 직접 농사를 짓고 농작물을 수확하면서 자라서 그런지 나는 음식을 버리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다. 애초에 식료품을 먹을 만큼만 사기 때문에 다행히 음식을 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끔은 냉장고 안을 마음먹고 거의 비우는 경우도 있다. 냉장고의 야채와 과일을 남김없이, 냉동고에 얼려 둔 생선이나 육류, 얼린 과일도 다 비울 때가 있는데, 이상하게도 깨끗하게 비어 가는 냉장고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오래 묵혀 두어 있는지도 모르다가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게 될 음식이 없어서 좋고, 냉장고 청소를 할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걱정 없이 싱싱한 식료품들을 새로 살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옷장에 옷도 80% 이상 채우지 않는다. 패션에 관심은 있지만, 패션에 욕심은 많지 않아서 의류 구매를 자제하는 편이다. 그리고 신중하게 구매한 옷들이라 한 번 사면 오래 입는 편이다. 내 옷장에는 20대에 산 바지도 있는데 유행이 다시 돌아와서 지금도 잘 입고 있다. 이렇게 오래 보관하며 입고 있는 옷이 있는 반면 사고 나서 5번 이하로 입은 옷도 서너 개 있다. 볼 때마다 처리하고 싶은 마음에 들었나 놓았다 고민을 하는데, 나름 고민하고 고른 옷들이라 아직 정리를 못 하고 있다. 하지만 늘 마음이 쓰이는 것을 보면 조만간 정리할 것 같다. 

사진 출처:https://blog.naver.com/repaper1/221146492426

 물건을 구매할 때 환경을 생각한다.

 꼭 필요한 물건만을 사려는 이유는 경제성을 고려한 것도 있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도 크다. 아직도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사면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아 주는데, 이것을 모아두었다가 시장에 갈 때 챙겨간다. 그리고 옷을 살 때 담아 준 쇼핑백도 깨끗하게 보관했다가 옷 가게 사장님 의견을 물어본 후 재활용하라고 다시 가져다준다. 쇼핑백의 질이 너무 좋아서 그냥 막 쓰기에 너무 아까워서다. 나의 이런 실천이 환경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그렇게라도 하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 


 아이들이 어릴 때 옷을 많이 물려받아 입혔다. 같이 근무하시던 동료의 딸이 첫째보다 두 살이 많았다. 그분이 조심스럽게 당신 딸에게 작아진 옷을 줘도 되겠냐고 물으시길래 감사한 마음으로 기쁘게 받아서 큰 아이에게 입혔다. 그 후로도 다른 동료 아이의 옷을 물려 입혔다. 새 옷만 입혀서 키우는 것이 아이를 귀하게 키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꺼이 물려받아 입혔고,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옷도 직장 동료나 지인들의 아이들에게 물려주었다. 한 동료가 당신 아이의 작아진 옷을 건네며 귓속말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아이 옷을 물려받아 입히는 것을 개의치 않는대. 그리고 그 옷을 입고 자란 아이 역시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자란대.’라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요즘은 ‘당0’에서 물건을 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임시로 쓸 물건이나 자주 쓰지 않은 물건, 혹은 급하게 사지 않아도 될 것들은 키워드 알림을 설정해 놓고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산다. 그리고 나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거나, 잘 쓰지 않는 물건을 나눔하기도 하고 저렴하게 판매하기도 한다. 조금만 수고를 하면 ‘나의 집 근처’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슬기로운 소비를 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사진출처 : https://blog.naver.com/hyeoncalli/221014398886

 나의 소비생활과 우리 집의 수납공간들은 내 삶을 보여준다.

 여유 있는 수납공간들을 보면 마치 내 삶에도 여유가 있는 듯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다. 수납장에 가지런히 정리된 옷이나 물건들을 보면 내 삶도 그렇게 정리된 듯하여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감이 느껴진다.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물건을 많이 소유하지 않은 축에 속할 것 같다. 집 안의 공간을 70% 이하만 채우고, 그렇게 심플하고 담백하게 살고 싶다. 

지나치게 욕심내지 말고, 마음에도 그만큼의 여백을 갖고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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