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반갑습니다. 당신이 있어 이 지구가 참 아름답습니다

by 해온 정옥랑

요즘 손녀와 함께 수영장을 다닙니다. 물속에서 몸을 움직이다 보면 굳어있던 관절이 부드러워지고, 폐 깊숙이 공기가 차오르며 숨쉬기가 편안해집니다. 무엇보다 물이 주는 그 평온함 덕분에 마음까지 맑아지는 기분이 듭니다. 참 좋습니다.


평형을 할 때는 전생에 개구리였던 기억을 더듬어보고, 접영을 할 때는 스스로 돌고래가 된 듯 물살을 가릅니다. 생각해 보면 수영은 우리에게 그리 낯선 몸짓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세상에 나오기 전, 어머니의 양수 속에서 열 달을 보냈으니까요. 30년 전 수영을 배워둔 덕분에 지금 이 평온을 누릴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문득 이 포근한 물이 전해주는 감촉에 경탄하게 됩니다. 수소와 산소가 만나 어떻게 이런 마법 같은 물을 만들어냈을까요? 우리 몸을 이루는 탄소, 산소, 질소, 그리고 혈액 속의 철까지. 학창 시절 어렵게 외웠던 원소 기호들이 물속에서는 생동감 넘치는 생명의 박동으로 다가옵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으며 의식을 확장해 봅니다. 내가 서 있는 수영장에서 지구로, 태양계로, 그리고 거대한 은하단으로 말입니다. 우주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별이 존재하지만, 정작 물을 품고 생명을 기르는 행성은 극히 드뭅니다. 지구처럼 다채로운 생명체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은 아직 광활한 우주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습니다.


사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은 먼 옛날 별이 폭발하며 우주로 흩뿌린 것들입니다. 별의 죽음이 생명의 탄생으로 이어진 셈이지요. 결국 우리 모두는 '별에서 온 존재'들입니다. 같은 고향에서 온 우주적 동포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세상 모든 것이 이전보다 훨씬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138억 년 전 우주가 시작되었고, 45억 년 전 지구가 탄생했습니다. 시아노박테리아가 산소를 만들어 길을 닦았고, '틱타알릭'이라 불리는 용감한 조상이 처음으로 물 밖으로 발을 내디뎠습니다. 그 용기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이곳에 존재합니다.


인간이 어머니 배 속에서 지구 생명의 진화 과정을 모두 거치고 나온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다른 생명체들 역시 나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서 우리가 만난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길가에 핀 꽃 한 송이와 눈이 마주칠 때의 떨림처럼, 별에서 온 '나'와 '너'의 만남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우리가 남기는 삶의 흔적들이 누군가에게는 별빛처럼 따스한 위로가 되겠지요.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진심으로 느낀다면, 지구에서의 다툼과 아픔도 사라지고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겠지요. 오늘 마주치는 모든 생명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싶습니다.


"별에서 온 그대여, 참 반갑습니다. 당신이 있어 이 지구가 참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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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픽사베이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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