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감사합니다

나는 홀로 스스로 빛나는 영원한 생명으로서 그냥 모든것에 감사합니다.

by 해온 정옥랑

아침에 눈을 뜨는 일, 그것은 매일 반복되지만 당연하지 않은 우주의 신비입니다. 창틈으로 스며드는 빛에 의식을 깨우고 가만히 숨을 크게 들이마셔 봅니다. 가슴 깊숙이 공기가 차오를 때, 나는 우주가 나라는 존재를 빌려 함께 호흡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오늘도 이 공기를 마시며 깨어날 수 있음에, 살아있음을 실감할 수 있음에 깊은 감사를 보냅니다.


밖으로 나서면 두 다리가 리드미컬하게 움직입니다. 땅을 밀어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박자 속에 생동감이 흐릅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잎을 떨구고 묵묵히 견디는 겨울나무의 의연함을 응시합니다. 청둥오리의 맑은 눈망울과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까지. 이 모든 풍경을 보고 들을 수 있음이 새삼 경이롭습니다. 바람에 실려 오는 나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입가에는 어느덧 다정한 미소가 번집니다.


하지만 삶은 늘 평온한 풍경만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예견하지 못한 오해의 풍파에 휘말리기도 하고, 억울한 말들에 마음을 베이기도 합니다. 그런 날이면 목구멍으로 넘기는 물 한 모금조차 돌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지곤 합니다. 주변의 상황들은 널뛰듯 요동치고 세상은 복잡하게 얽혀만 갑니다.


그럼에도 내가 흔들리지 않고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내 존재의 실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던 그 절박한 어둠 속에서 나는 보았습니다. 내 안에서 홀로 스스로 빛나고 있는 영원한 생명의 빛을 말입니다. 그것은 태풍의 눈 속에 감춰진 고요였고, 험한 파도 아래 심연이 간직한 평화였습니다. 그 빛이 내게 속삭였습니다. “당신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소중합니다.”


나는 믿기지 않아 되물었습니다. “내가 비참하고 초라할 때도요? 스스로가 혐오스럽고 어리석게 느껴질 때도요? 마치 버려진 물건처럼 쭈구렁 밤탱이가 된 것 같은 순간에도 정말 그렇단 말인가요?” 빛은 한결같은 온기로 대답했습니다. “자연이 애쓰지 않아도 스스로 그러하듯, 당신은 존재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그 대답을 들으며 다시 한번 긴 한숨을 내뱉어 봅니다. 아까보다 훨씬 부드러운 숨이 나옵니다. 나무가 혹독한 추위 속에서 땅속 더 깊은 곳으로 뿌리를 내리듯, 나 또한 아랫배에 힘을 주고 다시 한 발을 내딛습니다. 내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두려움은 사실 종이호랑이에 불과했습니다. 낭떠러지처럼 보였던 곳에서도 용기를 내어 발을 내미니, 보이지 않던 새로운 길이 펼쳐집니다.


나의 이 작은 떨림은 나만의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실로 연결되어 있기에, 지구 반대편에서 숨을 허덕이던 누군가도 이 빛을 함께 보았을 것입니다. 그 또한 가느다란 숨을 길게 내쉬며 잔잔한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를 노래합니다. 이렇게 살아있음에 그래도 감사하고, 이 시련을 통해 빛을 발견했기에 그래서 감사하며, 그 모든 눈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아름답기에 그럼에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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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픽사베이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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