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하던 짓하며 균형을 맞추기
화사한 봄날 매화와 목련이 화려하게 피어났다. 계절에 맞게 입으려고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본 옷장 안에는 정갈하고 모던한 옷들만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사실 그동안 내 패션 철학은 '꽃무늬는 안 돼', '레이스는 과해', '화려한 건 어울리지 않아' 같은 잣대로 스스로를 가둬왔다. 그런데 변화는 생각지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우아하고 멋스런 며느리가 내 지나가는 말을 기억하고는 리사이클링할 옷가지들을 보내온 것이다. 상자 안에는 검은 시스루 스커트, 화사한 꽃무늬 블라우스, 봄을 닮은 긴 가디건과 멋있는 원피스가 담겨 있었다. 그대로 입어도 괜찮고 입던 옷들과 매치해봐도 신기하게 너무 잘 어울린다
거울 속의 나는 평소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신이 났다. 그 순간 뇌 속의 시냅스들이 환하게 불을 밝히며 젊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도파민'의 힘인가 보다.
물론 우리 뇌는 참 보수적이다.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하면 '나잇값 해야지', '편한 게 최고야'라며 거세게 저항하곤 한다. 무언가 새로 배우려 할 때도 '이제 배워서 어디에 쓰겠어?'라는 속삭임이 들려온다. UN 에서도 60세부터 80세를 '장년기'라 정의하지 않았던가. 100세 시대에 나는 여전히 '늘 새로운 시작' 앞에 서 있다. 무릎이 좋아지면 정열적인 플라멩코 리듬에 몸을 맡기고 싶다.
흰 부라우스에 검은 레이스 스커트를 입고 꽃무늬 봄 가디건을 걸치고 귀걸이까지 했다. 한 켠에서 기다리고 있던 구두도 신었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이 생각났다. 10년은 젊어 보인다.
'평소 안 하던 짓을 하면 죽을 때가 된 거라던데?'라고 농담처럼 말을 한다. 하지만 그건 쏠려있는 것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자연스러운 몸짓일 것이다. '그러면 좀 어때? 내가 선택한 건데 뭐' 하고 키들키들 웃어넘기는 지금 이 순간이 내 생애 가장 찬란한 '때'인 것을. 변화를 선택한 나 자신에게 가만히 속삭여본다. ‘참 잘했다'
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