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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노트 Sep 24. 2023

참을 수 없는 행동의 가벼움(비매너 3가지)

사람들은 자라온 환경이나 성향에 따라 같은 행동을 두고도 의견이 다릅니다. 나는 저 행동이 너무 거슬리는데, 다른 사람은 전혀 개의치 않는 경우도 있고요.


얼마 전, 제가 참을 수 없는 비매너 행동 3종 세트를 연이어 겪은 날들이 있었는데요, 제가 예민한 건지 어떤 건지 한번 적으면서 다시 생각해 보려 합니다.  제가 참기 힘들어하는 비매너 행동의 경우, 정말 눈에 가시처럼 보기 힘든데  그걸 또 차마 말로는 할 수 없어 더 힘든 것 같아요.








첫 번째, 공공장소에서 앉아 있는 자세와 버릇에 관한 것입니다. 

누구나 싫어하는 지하철 쩍벌남을 비롯해 좌석 두 칸을 애매하게 걸쳐 않은 사람, 핸드폰을 보며 무심히 다리를 계속 떠는 사람 등입니다. 지하철에서야 도저히 못 볼 지경이면 그냥 일어나 다른 쪽으로 가면 그만이지만, 도서관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요즘 주말이면 자주 도서관을 가는데요, 자신의 노트북을 이용할 수 있는 책상 5개가 나란히 있습니다. 첫 번째 칸은 에어컨 바로 아래라 제외하면 4자리 중 최대한 가장자리로 앉으려고 하지요. 자주 가다 보니 그 자리에 매번 오시는 60대 아저씨를 보게 되었는데요, 처음에는 저 연세에 대단하다 느끼며 무슨 공부를 하시는지 힐끗 보기도 했습니다. 집중하여 동영상 강의를 듣고 필기도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무언가 눈에 거슬리는 행동이 포착되었어요. 아시죠? 한 번 인지가 되면 오히려 내가 그 행동에 집중하여 하는지 안 하는지를 의식하게 되는..^^;


그분은 껌을 씹으며 정기적으로 다리를 떨었습니다. 딱딱거리는 소리가 나진 않았지만 역동적인 턱관절의 움직임으로 질겅거리는 소리가 낼 수 있는 최대치를 내고 있었지요. 저 정도면 소리가 날 것 같은데 안 나는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였어요. 게다가 씹는 박자에 맞춰 다리는 또 얼마나 떠는지, 한번 인지가 되니 온통 신경이 그쪽으로 가더라고요. 마치 저 행동이 멈추는지 감시를 하는 사람처럼요.


조심스럽게 얘길 해볼까 몇 번을 망설였지만 앞으로 자주 볼 사이니 그것도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무의식적인 행동에 저 정도면 꽤 오래된 습관 같아서 고쳐지지 않을 것 같기도 했고요. 바로 옆자리에 앉는 날이면 어쨌든 저는 최대한 곁눈질을 하지 않고 제 공부에 집중하려고 애를 씁니다.


두 번째 참을 수 없는 행동은, '공공장소에서 하는 화장'입니다.


대학교 때 같이 다니던 4명의 친구들이 있었는데요 항상 수업도 밥도 같이 먹으며 친하게 지냈어요. 그런데 그중 한 명은 식사를 마치고 나면 그 자리에서 항상 화장을 고치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얼굴을 다시 두드리고 립스틱을 고쳐 발랐지요.  그중에 유독 그런 행동을 못 참는 친구가 있었는데요, 그날도 점심을 같이 먹고 식사를 먼저 마친 친구가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어요. 같이 막 식사를 마치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친구가 그동안 억눌린 감정을 표현하다 보니, 아주 정색을 하고 한 마디 하더군요.


"넌 어떻게 식사 자리에서, 그것도 다른 사람이랑 같이 있는데 화장을 고칠 수 있어? 안 부끄럽니? 화장실에 가서 좀 고치고 오면 안 돼? 난 도저히 이해가 안가!"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고, 당황한 친구는 뭐 어떻냐며 애써 웃으며 넘기려 했지요. 하지만 '그런 건 기본 예의'라며 덧붙인 친구의 말에 결국은 분위기가 급냉랭해진 기억이 납니다.


사실 저도 그 행동이 꽤 신경이 쓰였는데요, 신경이 쓰인다기 보다,  공공장소에서 그렇게 자신을 드러내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신기했어요.  저는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다가도 누군가 들어오면 방향을 틀어 보이지 않으려 하는 편이거든요. 저에게는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행동이라 남이 보는 게 싫더라고요. 그런 저에게 그 친구의 한 마디는 제 마음을 대변해 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제가 요 며칠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화장을 하는 여성들을 몇몇 보았습니다. 기초부터 눈 화장까지 풀 메이크업을 그 혼잡한 공간에서 한다는 게 경이롭게 보이기까지 했어요. 앞에 선 사람들과 마주 앉은 사람들이 힐끗힐끗 보든 말든, 최선을 다해, 오늘 제일 예쁜 내가 되기 위해 초집중을 하고 있었지요. 흔들림 속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마스카라와 아이섀도, 립스틱까지 완벽했고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변신 과정을 보며 저도 모르게 빠져들었고, 대학 때 친구들과의 일도 기억나며 이것도 내가 참기 힘들어하는 하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물을 함부로 낭비' 하는 행동입니다.


예전 공중목욕탕에서 물을 틀어 놓고 씻는 것 때문에 종종 다툼이 있었는데요, 다 씻고 나갈 때 자기가 쓴 만큼의 물의 양을 지불해야 한다고 하면 과연 저렇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점심 식사 후, 직장 내 화장실에서는 여럿이 양치질을 하게 되는데요, 양치컵을 쓰지 않는 사람이 아직도 꽤 많습니다. 이런 사람일수록 물을 틀어 놓은 채 양치를 하는 경향이 있지요. 입을 한번 헹구고 다시 양치질을 할 때는 꺼야 하는데, 전혀 개의치 않고 물을 그냥 흘려보냅니다. 우리가 물 부족 국가라는 걸 모르지는 않을 텐데 말이지요. 이럴 때도 뭔가 센서가 있어 자신이 쓴 만큼은 개인의 공공시설 이용 비용으로 차감되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듭니다. 물론 세금으로 공공기반 시설을 조성하고 관리하지만 이렇게 함부로 낭비하는 사람들의 비용까지 내주는 건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이 외에도 엘리베이터나 지하철을 탈 때, 문이 열리자마자 먼저 밀고 들어오는 사람, 지나가다 부딪혀도 사과 한마디 없이 그냥 가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이렇게나 제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 속만 태웠지, 한 번도 표현을 하거나 적극적으로 개선할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해 보진 않은 것 같아요. 그저 속으로,


'아니 어쩜 저렇게 행동하지? 진짜 이해 안되네.. 어휴..'


하면서 화를 삼키거나 눈빛으로 무언의 압력을 주는 소심한 표현이 전부였지요. 물론 앞으로도 말로 표현하긴 힘들 것 같긴 합니다.  제가 얘기한 '참을 수 없는 행동의 가벼움' 비매너 3가지 중 어떤 것들은 '그게 어때서?'하면서 동의하지 않는 부분들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사소한 나의 버릇이나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 자체를 해 보는 마음가짐, 자세가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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