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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노트 Nov 12. 2023

그럼에도 쓰는 이유


저는 작년부터 커뮤니티 친구들과 함께 글쓰기를 해오고 있어요. 처음엔 한 줄 쓰기라도 하자는 취지에서 '하루 10분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카페에 서너 줄 올리는 것이니 정말 하루 10분이면 충분했지요.


그렇게 한 달 챌린지를 하고 또 하다 보니, 글을 제법 길게 쓰는 것도 연습이 되더라고요. 한 번씩 내가 좋아하는 주제가 있거나, 어떤 일을 겪어 누군가에게 호소하듯 쏟아붓고 싶은 날 말이에요. 그런 날은 내 손가락이 머리를 못 따라갈 정도니 쓰고 나면 속풀이도 되고 조금 치유된 느낌도 받았습니다. 아마 이런 이유로 이제껏 매일 쓰기를 해 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작년 여름에 시작한 블로그 쓰기도 일기장처럼 쓰다 보니 어느새 나락으로 떨어져 다시는 소생시킬 수 없는 수준이 되어 있었지요. 그래서 올해 여름 다시 블로그를 개설하고 이제 일기 같은 글 말고, 남들도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블로그의 기초도 좀 배우고 공부하고, 글 하나를 발행하는데도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예전엔 30분도 걸리지 않고 뚝딱 적었다면 요즘엔 주제부터, 이에 맞는 그림 첨부와 맞춤법과 금지어까지 수정하다 보면 두 시간은 그냥 흘러갔어요.


올해 7월 처음 시작한 첫 글이 아마 북 리뷰였던 것 같은데요, 4시간이 넘게 걸린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겨우 하나를 발행하고 나니 바로 지쳐서 그만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한 달 만 해보자 이를 악물고, 여행을 가서도 짬짬이 글을 써 한 달을 채웠습니다. 한 달 했다고 쉬자니 다시 시작할 것 같지 않아, 계속 써보기로 했지요. 점점 글이 쌓이는 숫자를 보며 100까지만 써보자 했습니다.


운이 좋은 날은 2시간 이내, 아니면 보통 2시간 30분 전후로 시간이 걸려 하나씩 발행을 했어요. 소통을 많이 하고 이웃추가도 열심히 하라고 하는데, 그것도 며칠 하니 못하겠더라고요. 글 쓰는데 많은 시간이 뺏기니, 제 글의 댓글에는 인사를 겨우 하겠는데, 이웃님들 글에 가서 댓글을 남기는 게 여간 시간과 노력이 걸리는 게 아니구나 하고 느꼈지요. 제 글에 댓글을 다신 분들이 얼마나 시간과 마음을 내어 적어주시는지 정말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글감이 마음에 들어 할 이야기가 많은 날은, 오전에도 발행이 가능하지만 저녁때까지 뭘 써야 할지 도통 모르겠는 날엔, 자정이 되어서야 겨우 마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새벽 기상을 하는 저에게 11시는 마지노선인데, 이걸 지키지 못해 뒷날까지 컨디션 난조를 보이면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고 생각도 하게 되었고요.


9월쯤에 살짝 마음이 흔들리며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서 내가 매일 쓴다고 뭐가 달라져?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글도 그렇고, 

도대체 나 왜 이러고 살지?

그냥 쓰는 거 그만두고 마음도 몸도 편하게 살까?


그래서 그만두면 행복할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그건 또 아니랍니다. 딱히 할 일도 없거니와 다른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할 것 같지는 않았거든요. 시간이 남으니 독서를 해야지? 아니요. 전 분명히 좋아하는 축구나 오감을 자극하는 영상들에 한두 시간을 쓸게 눈에 보였어요. 정말 나도 모르게 그런 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한 시간은 그냥 훅 가는 걸 보고, 아 이건 정말 내가 피해야겠구나 하며 조심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면, 효율성을 중시하는 제 성격상 자면서도 뭔가 억울하고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에 자책하며 힘들어할 것임을 알기에 또 한 번 마음을 잡았지요. 제가 이런 성향인 이상 그에 맞게 제가 마음을 고쳐 행동하는 수밖에요. 생긴 대로 산다는 말이 이렇게 떠오릅니다. ^^

전 뭔가를 계속 욕망하며 성장해 나가고 싶은 사람임은 지난 새벽 기상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자기 계발과 배움에 대한 욕구가 커서 늘 고민이 많았는데, 우연히 시작한 쓰기를 통해 나에 대한 생각과 타인에 대한 배려, 삶을 대하는 깊이가 조금씩 달라짐을 느끼게 되었거든요. 


아, 이런 것이 성장이구나. 내가 조금씩 변하는 게 자기 계발이다. 변화된 내 모습을 현실에 적용해 보고 달라진 나를 다시 본다는 게, 설렘이자 삶의 기쁨임을 알았으니까요. 여러분도 힘들지만 그걸 하루하루 꾸역꾸역 해 나가는 일이 있으신가요? 얼마 전 본 영상에서 유재석과 박진영의 대화가 생각이 납니다. 

         02:25

'너무 힘든데, 정말 하기 싫은 걸 매일 꾸준히하며 견디는 것'


뭔가를 이루려면 이 단계는 꼭 거쳐야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이루었다고 끝나는 건 아니지만요. 뭔가를 꾸준히 해봐야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 보이는 것 같아요. 나를 알아야 나를 어떻게 데리고 살지 판단이 서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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