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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노트 Sep 06. 2023

별에서 온 내 딸

'언젠가 내게 왔던 그 모습처럼..'




늦은 결혼이었지만 이듬해 봄, 나는 꽃처럼 예쁜  딸을 낳았다. 

남편이 태몽을 꾸었는데,  알록달록 화려한 새 한마리를 보았다하여 해몽을 찾아보니 아들 꿈이었다. 

난 그렇게 첫 아이가 아들인줄 알았고 의사 선생님도 나도 출산때까지 성별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았다. 

나중에 낳고 보니, 선생님은 당연히 나에게 얘기했다 착각하셨고, 난 사실 딸이라도 상관없었기에 

끝까지 물어보지 않았던 것이다. 


눈이 유난히 크고 맑았던 딸 아이는 천사처럼 이뻤다.  내가 낳았다는게 신기할 정도라 나는 아이를 

들여다보며 가끔 혼잣말로, '넌 어느 별에서 왔니?' 하고 물어보곤 했다. 

아이가 자라 말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딸 아이는 내게 '엄마 뱃속 별에서 왔지~' 하고 웃어주었다.




딸아이가 7개월쯤 되었을 때 난 또 둘째를 임신하였고 그렇게 15개월 차이 나는 연년생 엄마가 되었다. 

둘째 아들은 덩치도 크고, 내 몸이 너무 힘들어 한창 귀여울 딸 아이에게 사랑을 많이 주지 못한것이 늘

미안하였다.  지금에서야 사진을 보면  너무 이쁠 때인데, 그 때 난, 지쳐 있었고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무럭무럭 잘 자라주었다.  딸 아이는 어릴 때부터 밖에서 노는 걸 좋아해 놀이터에서

집으로 데려오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친구를 좋아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남달랐다.

친구들에게도 친절하지만  스승의 날이나 어버이 날에는 항상 손으로 직접 만든 꽃과 편지를 써 주었다. 

담임선생님과 방과후 선생님, 학원선생님까지 누구하나 빠뜨리는 법이 없었다. 그것이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 2학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 




거기다 이제 발렌타인데이나 빼빼로 데이까지 겹쳐 친구들 나눠준다며 주말 내내 쵸콜릿을 만드는 바람에 몇년 전부터 나와 참 많이 부딪히기도 했다.  적당히 몇 개만 만들면 되는 데 여러 수십개를 만드는 통에 주말을 온통 쏟아 붓는 딸 아이가 못마땅해  무슨 기념일이 다가오는게 두려울 지경이었다. 

엄마인 내가 계속 잔소리를 하자 아빠에게 부탁해 재료를 사다가 만드는 걸 보고, 저렇게 좋아하니 그냥 

두고 보자,  눈치 보며 만드는게 마음이 쓰여 그냥 취미생활이려니 하며 마음을 내려 놓았다.


딸 아이는 만드는 것 외에도 1학년 때부터 배운 태권도도 수준급 실력으로 얼마전 4품 시험도 치뤘다.

이제 그만 다니는게 어떻냐고 물어봐도 계속 다니겠단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볼링부에 들어가 주3회를 방과 후 볼링장에서 보낸다.  논술 외  영수 학원을 다니지 않아 걱정이 되어 물어보면 잘 하고 있다고 걱정 말라고 한다.  학교 시험은 그럭저럭 점수를 받아오는 것 같아 아직은 안심이지만 이제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하는건 어쩔수 없나보다. 어려서부터  자기 할 일은 알아서 하던 아이라 나는 다시 한번,  공부는 알아서 하라고 다짐을 받아둔다. 이제 공부만 잘 한다고 잘 되는 세상도 아니니 사실 무조건 공부만 하라고도 못할 것 같다. 




 딸 아이는 초등 4학년때부터 반장 선거를 나가더니  부반장도 됐다가 반장도 됐다가 또 떨어지기도 하기를 반복하였다.  성격이 밝고 친구들과 사이가 좋으니 나가기만 하면 뭐라도 하나는 되긴 했다.  어느 해는 떨어져서 속상했는지 집에 와서 울더라고 어머니가 알려주셨다. 좀처럼 표는 안냈지만 왜 안그랬을까.  그럴때마다 내가 인사말이라도 좀 봐줄걸 그랬나 했지만, 난 사실 화이팅만 외쳤을 뿐 도와준 적이 한번도 없었다. 


지난주 저녁밥을 먹다가, 반장 선거를 나가고 싶은데, 쟁쟁한 아이가 두 명 있어 부반장 선거를 나갈지 고민이란다. 나는 이왕 하는거 반장선거를 나가라고 하고, 인사말을 적어 준비를 잘 하라고 하자 아이들 앞에만 서면 떨려서 말도 잘 안나오고 목소리도 작은데 다른 두 친구는 말을 참 잘한다며 걱정을 했다.  그렇게 며칠을 딸 아이는 대본을 적고 연습을 하는 것 같았다. 어제가 반장선거일이었고  오후가 되서도 별 소식이 없자 나는 안됐나보다 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전화하셔서  반장이 된 것도 말씀해 주시고, 볼링으로 손목이 아파 혼자 병원엘 갔다고도 전해 주셨다. 병원을 같이 가려했는데 한사코 괜찮다고 혼자  갔다는 것이다. 친구들도 그런 경우가 많고 지난번 가 본적이 있는 병원이라 괜찮다고 했단다.  전화를 급히 하니 별 이상은 없다며 물리치료 중이라 누워서 전화를 받는다.  나는 괜찮냐고 물어보고 반장 된것도  축하한다고 전해주고 저녁에 맛있는거 먹자고 하니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한다. 


저녁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물어보니,  자기가 15:7로 압도적으로 이겼다며 그 짜릿했던 순간을 얘기해줬다. 경쟁이 예상 되었던 친구들은 작년에 반장을 한 친구와 초등학교 때 전교회장을 한 친구였다. 그런데 한명은 부반장 선거를 나왔고, 전교회장을 했던 친구랑 자기랑 둘이 후보였는데 자기가 된거라며 기뻐했다.

상대 친구는 예상대로 대본 없이도 말을 잘했고, 자기는 적어 간 걸 읽는데도 떨리고 더듬기까지 했단다. 


 그런데 자신이 준비한 필살기, 실천가능한 공략을 몇가지 제시하고 꼭 지키겠다며, 우리반 한명 한명을  배려하는 반장이 되겠다고  마지막 말을 마쳤다고 한다. 나는 며칠을 준비하고 연습하더니 참 잘했다고 칭찬하며 공약사항은 꼭 지켜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반장이니 공부도 이제 좀 신경써야되지 않겠니 했더니, 안그래도 집에 오는 길에 이제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단다.


우리 딸이지만 참 기특하고 이쁘다.  이틀이 멀다하고 여전히 딸과 티격태격 하지만 이쁜 구석이 많은 건 사실이다.  선생님들은 우리 딸이 남을 위한 배려가 남다르고, 밝고 건강해서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셨다.운동을 좋아하는 것도 만들기를 좋아하는 것도 나를 닮진 않았다. 게다가 해맑은 성격까지.

참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우리 딸은 지금도 엄마 뱃속별에서 왔다하지만,

진짜  궁금한데...  딸~  넌 어느 별에서 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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