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속에서도, 내 안의 여름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올해는 설명이 잘 되지 않는 해였다.
싱가포르에서의 계약 문제로 나는 다시 한국으로 잠시 돌아와야 했다. 이후의 시간은 계획이라기보다 대응에 가까웠다. 일을 구했고 또 적응해야만 했고 , 예상보다 오래 걸리는 과정들을 감내했다.
이런 시기에는 자주 질문하게 된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무엇을 잘못 선택했는지, 이 방향이 맞는지.
하지만 질문은 늘 명확한 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알베르 카뮈가 말한 ‘부조리’는 바로 이런 상태에 가깝다.
인간은 의미를 원하지만, 세계는 침묵한다.
그 침묵 앞에서 우리는 좌절하거나, 혹은 계속 살아간다.
관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관계는 의지와 노력만으로 유지되지 않았다. 이별은 예고 없이 찾아왔고, 특별한 교훈을 남기기보다는 하나의 사실로 남았다.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그렇듯, 설명 없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카뮈는 『시지프 신화』에서 말한다.
부조리를 인식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거기서 반항(revolt)이 시작된다고.
‘도망치지 않고, 스스로를 속이지도 않으면서, 그럼에도 살아가는 태도’
올해의 나는 의도치 않게 이 문장에 가까운 시간을 살고 있었다.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하루를 이어갔다.
다시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익숙하지 않은 리듬에 몸을 맞췄다.
이 과정이 특별히 숭고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의미하지도 않았다.
그저 살아가는 쪽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카뮈의 이 문장이 올해는 유독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한겨울 속에서도, 내 안에 여름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여름은 희망이나 낙관이 아니었다.
상황이 좋아질 거라는 기대도 아니었다.
부조리를 인식한 이후에도 삶을 계속 끌고 가는 힘,
의미가 없어 보여도 멈추지 않는 태도에 가까웠다.
올해를 지나며 나는 나 자신에 대해 하나를 알게 됐다.
나는 세계가 침묵해도, 나까지 침묵하지는 않는 사람이라는 것.
완벽한 이해나 명확한 결론 없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며, 특별한 목표를 세우지는 않는다.
다만 카뮈가 말한 것처럼, 이 세계를 직시한 채 살아가는 쪽을 선택하려 한다.
행복을 과장하지 않고, 불행을 신화화하지 않으면서.
부조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그리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한 해는 충분히 잘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2026년에는 내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하고 그 속에서도 나도 평안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내가 사랑하는 이 도시로 다시 돌아가기를 소망해 본다.
다들 한 해 동안 고생 정말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