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다시 시작했다.
앞으로 평생동안 안 할 줄 알았는데 사람이 오래 살면 마음이 바뀌기도 하나 보다. 그렇게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는데 옛날에 썼던 글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감회가 새롭다. 아래는 8년 전 쓴 글 ㅎㅎㅎㅎㅎ
난 핸드폰 중독이다.
그것도 아주 심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보고
머리를 말릴때도 핸드폰으로 티비를 보고
회사에 갈때도 십초에 한번씩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업무를 할때도 1분에 한번씩 핸드폰을 보고
식사를 할때도 테이블에 뒤집어 올려놓은 폰을
5분에 한번씩 뒤집어 화면을 체크하고
오늘 혹은 내일 혹은 미래의 어느 특정 시점에 내가 해야되는 일을 모조리 핸드폰 달력에 체크해놓고 그날 할일을 확인해 미션을 수행하면 체크해서 넘긴다.
과거의 어느날 했던 일을 핸드폰을 보고 기억해내기도 하고 지금처럼 하고싶은 이야기를 글로 써서 남기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눈을 감기 직전까지 핸드폰을 보다가 방 불을 끄고 자리에 눕는다.
어쩔땐 잠이 안오면 어둠속에서 핸드폰을 다시 켜고 수십분을 더 들여다보기도 한다.
난 내 손에 사각형의 조그만 박스모양의 핸드폰이 쥐어져 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가방 속에 넣고 이동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핸드폰이 어디있나 허둥지둥 가방 속을 뒤지기도 한다.
포켓 속에 핸드폰이 있는걸 보면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다.
내가 핸드폰을 애지중지하는 이유는
나의 모든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진들, 데이터들이 들어있는 이 자그마한 기기를 잃어버리는 순간
나라는 인간은 어디선가 똑같이 복제되어 나보다 더 나같은 삶을 시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난 평상시에 핸드폰에 잠금을 설정해놓지 않는다.
내가 쓰기 불편하니까.
아이폰 위치 추적 설정도 해놓지 않았다. 뭔가 찜찜해서.
내 핸드폰은 평상시에는 거의 울리지 않는다. 무음 모드이기 때문에.
무음모드여도 하도 핸드폰을 자주 들여다보기 때문에 내가 보고 있을때 전화가 걸려올때가 많다.
그럼 나와 텔레파시가 통했군 하는 생각이 들어 기특해서 전화를 받아줄때도 있지만 받기 싫은 전화는 절대로 받지 않는다.
주로 내가 싫어하는 거래처 사람들. 그들의 똥줄이 타건말건.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말이지.
나는, 핸드폰 중독자다.
치료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