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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들 Feb 15. 2023

불행에 대하여

요즘 이혼, 질병, 가난 등 자신의 불행에 대해 쓴 글들이 눈에 많이 띈다. 사람들은 동병상련인 타인을 위로하고 위로받기 위해서, 본인의 마음 치료를 위해서, 기록을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글을 쓴다. 자극적인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해 나도 모르게 클릭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 일에 대해 복기하고 기억을 짜 맞춘 다음 잘 다듬어야 하는데 그 과정 속에서 기억은 더더욱 선명하게 각인된다. 나쁜 기억은 되도록 잊고자 하는 나로서는 엄두도 못 내는 일이다. 예전부터 그랬다. 짧은 인생, 좋은 추억으로만 채우기에도 모자라다고 생각했고 안 좋은 일은 되도록 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글도 안 좋은 일, 슬픈 일, 화나는 일보다, 기쁘고 행복했던 일에 대해서만 쓰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게 맞았는지 의문이 든다.


일신상의 불행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 그 일에 대해 관찰하고 조합해서 하나의 글로 써 내려가는 행위는 분명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 우는 과정일 것이다. 상상만 해도 아득하다. 직접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막연히, 그 글이 완성될 때 즈음 글쓴이의 마음은 얼추 아물고 이전보다 더 튼튼한 심장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적어도 내 눈엔 그렇게 보인다. 상처를 밖으로 드러내기는커녕 깊은 심연의 구덩이에 처박고 사라지기만을 바랐던 나는, 그래서인지 그런 강인함을 갖지 못한 것 같다. 나이가 사십이 다 되어 가는데 갈수록 속이 허전하고 심지가 약해지는 기분이 든다.


나라고 불행이 왜 없었겠는가. 마음먹고 이야기하자면 삼일 밤낮을 쉬지 않고 말할 수 있다. 드러내지 않았을 뿐. 올해는 나도 아픔을 글로 써 내려가는 의연함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러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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