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일찌감치 친구 만나러 나가고 나 혼자 남은 주말 점심, 무엇을 먹을까 배달 앱을 뒤적이다 오랜만에 집밥을 먹었다. 누군가에게는 소박해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큰맘 먹고 차린, 반찬이 무려 4개나 되는 4찬 정식이다. 요즘 편의점 도시락으로 치면 4,000원 정도 되려나.
남편과 밥을 먹을 땐 주로 불고기나 닭갈비 같은 고기에 야채를 왕창 넣고 볶은 메인 요리 하나와 밥만 놓고 먹는데(어차피 밑반찬은 차려도 남편이 먹지를 않는다) 이렇게 아기자기한 반찬을 4가지나 차려놓고 보니 다시 자취생으로 돌아간 듯하다. 조금 부지런한 자취생의 밥상 같다고나 할까.
우선 냉동실에 남아 있던 우삼겹을 구운 후 3분 카레와 섞어서 ‘즉석 비프카레‘를 만들고, 우삼겹에서 나온 기름으로 꼬마 돈가스 다섯 개를 튀겨냈다. 기름도 절약하고 프라이팬도 절약했다. 에코다 에코. 가끔 추억의 반찬으로 분홍 소시지를 꼽는 사람들을 보곤 하는데, 내 추억의 반찬은 꼬마 돈가스다. 한 입에 쏙쏙 들어가는, 고기인 듯 고기 같지 않은 저렴한 맛은 언제 먹어도 그 옛날 엄마가 챙겨준 도시락을 열던 순간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도시락 뚜껑을 살포시 열면 그 안에 쪼로록 줄지어 담겨 있던 꼬마 돈가스. 한입에 다 털어 넣어도 부족한 그것들을 아껴 먹는다고 한입, 한입 얌생이처럼 베어 먹었었다. 이제는 열 개고 스무 개고 내가 원하는 만큼 튀겨 먹을 수 있는데, 별로 그러고 싶지가 않다. 한 끼 반찬으로 5개면 충분하다.
우삼겹과 3분 카레를 섞은 것은 최근에 방문한 카레 전문점에서 얻은 아이디어다. 무려 12,000원이나 되는 비프 카레를 시키고 두근거리며 요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작 나온 음식은 내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게 12,000원이라고? 이럴 바엔 그냥 집에서 우삼겹 몇 장 구워서 3분 카레랑 섞어 먹겠다…’ 싶었는데, 오늘 실제로 해보니 야매 요리치곤 생각보다 먹을만하다.
식사 후 나온 쓰레기는 김 트레이와 돈가스에 깔려있던 기름종이뿐.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 거리를 보면 한숨이 나오지만 그만큼 플라스틱을 덜 썼다는 것을 위안 삼는다. 모두들 맛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