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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들 Oct 09. 2023

Painkiller

https://www.netflix.com/kr/title/81095069

최근 몇 편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Painkiller, The Pharmacist 그리고 The Social Dilemma.

Painkiller는 불과 몇달전에 공개된 따끈따끈한 신작. Painkiller 한 시즌을 보고 나니 알고리즘이 The Pharmacist를 추천해주었고, The Social Dilemma 또한 알고리즘에 의해 보게 되었다.


최근 우리 나라는 마약 청정국에서 마약 오염국이 되어 가고 있다. 대낮에 마약에 취한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체포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걸 보면 이러다 조만간 우리나라도 마약 중독자들이 좀비처럼 널부러져 있는 미국 필라델피아처럼 되는 것이 아닐까 불안하기까지 하다. 대한민국은 뭐든지 빠른 나라니까.


암튼 내가 처음 미국의 마약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유튜버 올리버쌤의 유튜브 비디오 때문이었다. 몇년 전 올리버쌤은 자신의 유튜브에서 미국의 마약 문제에 대해서 심도있게 다루었는데, 나는 그때 처음으로 미국의 대다수의 마약 중독자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물 때문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이게 대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지? 잘 이해되지 않았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하자면,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병원에서 진통제를 처방받았는데, 그 진통제에 마약 성분이 들어 있었고,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그 약을 복용한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새에 마약에 중독되어 버렸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몸을 치료하기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마약을 처방한다니, 그것도 미국 전역에서.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한다는 거지? 의사가 사이코여서? 마약상이 병원을 장악해서? 그런 일이 벌어질 때 국가는 무엇을 한거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었다.


Painkiller는 이런 나의 궁금증을 완벽하게 해소해준 드라마였다. 드라마라고는 해도 거의 실화에 기반하여 만들어졌다. 새클러 재단으로 유명한 미국의 새클러 가문이 만든 제약 회사 퍼듀(Purdue)가 저지른 만행을 낱낱이 파헤친다. 퍼듀는 1995년 진통제 OxyContin(옥시콘틴)을 만들었다. 기존에도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코돈이나 몰핀이 있었지만, 마약성 진통제의 심각한 중독성 때문에 중증 통증 환자(암환자와 같은)에게만 제한적으로 투여/관리되고 있었다. 퍼듀는 OxyContin은 이들 약물과는 달리 중독성이 없다고 광고하며 일반 통증 환자에게도 이 약을 처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미국은 환자의 통증을 외면해 왔으며, 중독성 없는 옥시콘틴을 투여하여 통증 없는 쾌적한 삶을 누려야 할 때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하지만, 특수 코팅 기술을 개발해서 체내 흡수 시간이 느리기 때문에 옥시콘틴의 중독성이 현저히 낮다는 퍼듀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옥시콘틴은 기존의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코돈과 몰핀과 거의 동일한 오피오이드(아편) 약물이었다.

퍼듀는 더 많은 옥시콘틴 처방이 이루어지도록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영업 사원으로 고용해 의사들에게 영업을 했고, FDA직원을 매수하는 등 온갖 비리를 저질렀다. 영업 사원에게는 막대한 인센티브를, 의사에게는 로비 활동을 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 옥시콘틴이 미국 전역에서 엄청나게 팔려나간 결과 퍼듀는 천문학적인 돈방석에 앉게 된다. 하지만 퍼듀의 말을 믿고 OxyContin을 투여한 수많은 미국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OxyContin 중독자가 되어 삶이 파괴되어 간다.


2016년 오바마 대통령이 오피오이드 오남용과 중독을 비판하는 선언문을 발표하기 전까지 미국에선 약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OxyContin에 중독되었고, 종국에는 약물 오남용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 시기 미국에서 10대를 보낸 남편이 만약 당시에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옥시콘틴을 처방 받았었다면 지금쯤 내 옆에 없을지도 모른다.


요즘은 필라델피아 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도 마약 중독자들이 점령했다는데 돈에 미친 제약 회사의 탐욕 때문에 여전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나라도 요즘 쉽게 마약류 약물을 처방해주는 의사들이 꽤 있다던데 하루 빨리 당국이 강력한 규제나 조치를 취하기를 바란다.


https://www.netflix.com/kr/title/81002576

The Pharmacist(죽음의 진통제) 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리얼 다큐멘터리다. 주인공인 '댄'은 아내와 자식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던 성실한 약사였다. 그러던 어느날 사랑하는 아들을 마약 관련 사건으로 떠나 보내고 아들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던 과정에서 심각한 OxyContin 오남용 문제를 발견하게 되고 결국 퍼듀를 고발하기에 이르는 여정을 그린다. 약사였던 그의 직업적 특성과 편집증적인 그의 성격 때문에 댄은 실제로 많은 녹음 파일이나 영상 파일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래서 다큐멘터리가 더 생생하다.


Painkiller가 퍼듀 가문의 몰락까지만 다루고 시즌1이 끝난 것과는 달리 The Pharmacist에서는 그 후의 미국에 대해서도 조금 다룬다. 퍼듀는 결국 몰락하고 OxyContin의 처방이 제한되게 되었는데, 이미 OxyContin에 중독된 사람들은 그 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OxyContin 처방을 받을 수 없으니 중독 증상이 저절로 치료가 됐을까? 당연히 그럴 리 없다. 그들은 OxyContin 대신 구할 수 있는 마약인 코카인, 필로폰으로 마약의 종류만 바꾸었을 뿐 여전히 마약 중독자의 삶을 살았고, 요즘은 펜타닐과 같은 더 심각한 약물로까지 번졌다고 한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퍼듀를 고발한 것이 잘 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씁쓸히 말하는 댄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마약에 대한 작품 두 편을 끝내고 선택한 것은 The Social Dilemma(소셜 딜레마)          

https://www.netflix.com/kr/title/81254224   


이 영화는 1시간 34분짜리 짧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말 그대로 소셜 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딜레마에 대해 파헤치는 영화인데, 인터뷰 대상의 리스트업이 쟁쟁하다.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등 전세계적인 맹위를 떨치고 있는 IT 회사에 직접 종사했던 이들이 소셜 미디어에 숨어있는 딜레마를 고발한다.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기능(좋아요 버튼, 무한 스크롤 기능 등)들을 직접 개발한 당사자인 이들은, 자신들이 한 일의 뒷면에서 일어날 일들을 안이하게 생각했다고 반성한다. 그들은 본인들이 발명한 좋아요 버튼과, 알고리즘이 선한 쪽으로만 작용할 것이라 믿었지만,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세대 전체가 더 불안하고 우울해졌으며 기술로 인한 집단 혼돈과 고독이 발생했고, 앞으로 이 이상의 대립과 선거 해킹, 현실 문제에 대한 인식 결여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끝을 맞이할 것이다, 그것을 발명한 우리는 바로잡을 책임이 있다고도 말한다.


한때 인스타그램에 중독되어 봤던 사람으로서 이들의 고백이 구구절절 가슴이 와닿다 못해 고맙기까지 했다. 나는 한 때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천명에 달할 정도로 헤비 유저였지만, 인스타그램이 나에게 미치는 악영향의 심각성을 깨닫고 2018년 경 인스타그램 사용을 중단했다. 인스타그램이 심각한 중독성을 가진 앱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아마도 페이스북에 인수된 것이 원인이지 않나 싶다.


당시 나는 친구의 친구의 근황까지 알려주던 페이스북의 오지랍이 싫어서 당시에는 그나마 아날로그 감성이 있던 인스타그램으로 도망갔는데, 페이스북놈(?)들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하더니 인스타그램마저 오지라퍼로 물들여 갔다. 초창기 인스타그램은 이미지에만 집중하는 단순하고 담백한 앱이었는데, 페이스북 놈들이 인수한 후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릴스에 친구의 친구 근황까지 추천하고 알려주고 퍼뜨리고 온갖 오지랍을 떠는 통에 견딜 수가 없었다. 인스타그램 탈출의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무한 스크롤(Infinite Scroll)기능이었다. 내려도 내려도 끝나지 않는 콘텐츠에 도저히 핸드폰에서 손을 뗄 수 없는 시간이 늘어만 갔고(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쾌재를 불렀겠지) 인스타 폐인이 되어 갔다. 심리적 우울감도 날로 깊어져만 갔다. 사진 속 저들은 저렇게도 행복한데 나는 왜 이렇게 보잘 것 없는가. 인스타그램 앱을 켜면 선망과 우울함이 섞인 감정이 밀려 와 심리가 불안정해져갔다.


인스타그램을 끊은 후 불필요한 타인과의 비교와 열등감, 압박감이 사라졌고, 현실의 나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소셜 미디어는 요즘 세대의 옥시콘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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