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ilet을 toilet이라 못 부르다니.
화장실=toilet 또는 restroom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는 이렇게 배워왔다. 밖에 나가도 ‘Toilet’이라고 적힌 푯말을 많이 봐서 toilet이라는 단어에 전혀 거부감이 없다. Toilet이 restroom보다 음절이 짧기도 하고 입에 익어서 남편과 대화할 때도 늘 ‘나 Toliet 갔다올게~’라고 하곤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어쩐 일인지 남편은 ‘restroom 말하는거지?’라며 고쳐주곤 했다. 처음엔 Toilet은 영국에서, restroom은 미국에서 많이 쓰는 명칭이어서 그런건가? 깐깐한 놈같으니라구 싶었다. 하지만 난 이미 toilet이라고 하는게 더 익숙한데 굳이 고쳐야 돼?? 싶어 지적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toilet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Toilet이라고 안하면 안돼?ㅠㅠ”
아니, 이게 그렇게 진지할 문제인가? 도대체 왜 toilet이라고 하면 안되는데? 라고 묻자 남편은
“사실 toilet은 변기 그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어서
toilet 간다고 하면 toilet위에 앉아있는게
제일 먼저 연상돼.”
??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유였다. 그래서 그동안 그렇게 줄기차게 내 문장을 고쳐준거였구나. 남편에게는 그 동안 내가 ‘Toliet 갔다올게~’ 할 때마다 ‘나 응가하고 올게~’라고 하는 것처럼 들렸나보다. 웃기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사실 나는 Toilet에 변기 그 자체라는 뜻도 있는지 몰랐다. 확실히 구글에서 toilet을 쳐보니 뽀얀 변기들이 주루룩 나온다. 오늘 또 하나를 배웠네. 이제부턴 남편 소원대로 ‘restroom 갔다올게’라고 말해야겠다(아마도 이건 미국인에게만 한하는 것일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