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미없는 인간이야.
나 심심해.
나는=I’m
심심하다=boring이니
나 심심해! = I’m boring! 이겠지.
하지만 내가 I’m boring! 이라고 말하면 남편은
“No~ you’re not boring.”이라고 말한다.
뭐래, 내가 심심하다는데 자기가 뭔데 내가 안심심하대. 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내가 틀렸다.
‘I’m boring’은 ‘나는 재미없는 인간이다.’라는 뜻이다.
지금은 꽤 많이 익숙해졌지만 영어의 능동태, 수동태는 늘 헷갈리고 가장 골치아픈 녀석이었다.
‘나 심심해’를 말하기 위해서는 이것은 곧
= 내가 심심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 심심함을 당하고 있다! 라는 말도 안되는(?) 전환과정을 거쳐서 ‘I’m bored.’라고 말해야 한다.
???
뭐지 이 이상한 언어는??
I’m boring : 나는 심심한(지루한) 인간이다.
I’m bored : 나 심심해.
능동과 수동을 잘못 쓰면 한끗 차이로 나는 재미없는 인간이 될 수 있다. ‘나 짜증나’ 도 마찬가지다.
능동태인 I’m annoying= 나는 짜증나는 인간이다.
수동태인 I’m annoyed=나 지금 짜증났다.
이거는 지금도 가끔 말이 헛나와서 ‘I’m annoying!’이라고 말할 때가 있는데, 그럼 남편은 ‘Yea. a little bit.’이라고 놀린다. 얄미운 사람.
생각해보면 우리 말은 딱히 구분하지 않고 같은 형태를 취하는 것 같다.
“나 짜증나?” <— 나 짜증나는 인간이야?
“나 짜증나.” <—- 나 짜증남.
처럼 똑같은 말을 문장의 문맥과 어조로 의미를 파악한다. (써놓고 보니 이것도 외국인 입장에서는 파악하기 정말 힘들것 같다ㅎ) 암튼 애초에 우리말에는 수동태라는 개념이 없어서 그것을 이해하는 과정이 너무 너무 힘들었다.
그 밖에 excite(흥분시키다), interest(흥미를 일으키다), disappoint(실망시키다), exhaust(지치게 하다), frustrate(좌절시키다), surprise(놀라다), embarrass(당황하다), satisfy(만족시키다) 등의 동사도 마찬가지다.
I’m dissapointing = 나는 실망시키는 사람
I’m dissapointed=나 실망했엉…
등등 능동과 수동의 뜻 차이가 엄청 크다.
본의 아니게 재미없고 짜증나는 인간이 되지 않으려면 수동태 능동태를 잘 숙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