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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들 Jan 05. 2022

나는 남편을 과소평가한다.

서운함을 피해가는 방법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서운함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간관계 속에서 때때로 찾아오는 서운함은 나를 한없이 슬프게 만들기도,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어그러뜨려 놓기도 한다.


서운함은 상대를 과대평가할 때 찾아온다.


난 서운함이 상대방을 ‘과대평가’할 때 찾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챌 수 있는 ‘초능력자’라고 ‘과대평가’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실망감을 느끼고 서운해하고 분노하고 싸우기까지 하는거다. 나도 어렸을 때는 이런 상대가 초능력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종종 교제 상대에게 서운함을 느끼기도 때로는 다투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깨달은 한 가지는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은 인간의 기본능력이 아닌 ‘초능력’이라는 것이다. 지금 내 남친 여친이 특별히 내 마음을 몰라주는 바보같은 사람인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로 설명해주지 않으면 상대의 마음을 모른다.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내 마움을 알아준다? 그 사람이 초능력자인 것이다.


서운-하다
형용사
마음에 모자라 섭섭한 느낌이 있다.


사전적 정의에 나온 것처럼 서운함은 상대방이 내 ‘마음’에 모자라서 드는 느낌이다. 상대가 아니라 내 마음이 기준이기에 내 마음의 기준을 낮추면 서운함은 생겨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남편이 말로 설명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라고 과소평가해서 내 마음의 기준을 낮췄다. 1+1=2인지 모르는 아이에게는 그냥 친절하게 2가 답이라고 말해주면 된다. 1+1을 모르는 아이에게는 너는 왜 그것도 모르냐며 화를 내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가끔 주말에 내가 밀린 빨래며 설거지를 할 동안 남편은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 게임만 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니 내가 집안일하고 있는 소리가 뻔히 들릴텐데 어떻게 저렇게 계속 뻔뻔하게 방에 틀어박혀서
게임만 하고 있을 수 있지?


라고 생각하는건 그를 과대평가하는 거다. 그는 남이 뭐하는지 눈치챌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된 안쓰러운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면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났고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설명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방문을 열고 들어가서 이렇게 차분하게 말할 수 있다. “당신이 컴퓨터 게임을 하는동안 내가 설거지와 빨래를 했으니 당신은 청소기를 돌리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해줬으면 좋겠어”라고. 사라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면 순순히 청소와 분리수거를 시작한다(이렇게까지 말로 설명했는데 듣지 않으면 그건 또 다른 영역의 이야기다)


남편이 나를 화나게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화가 난 포인트를 그가 스스로 알아채주기 바라는 건 그가 초능력자이길 바라는 것과 같다.


이런건 말하지 않아도 알아야지,
자존심 상하고 더럽고 치사하게
이런 것까지 일일이 말로 설명해줘야 돼?


라고 생각하는 것도 상대방을 과대평가하는 자세다. 내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어떤 집에 물잔이 몇 개 있는지 맞춰보라고 하는거나 마찬가지다. 난 내 마음 속에 들어가본 적 없는 그에게 내가 느낀 감정에 대해 자세하게 ‘말’로 설명한다.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정을 묘사한다. 갈등의 근원을 헤아림과 배려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보다 무지와 불통이 낳은 오해라고 생각하면 대부분의 일은 쉽게 넘어갈 수 있다.


왜 저 사람은 내 마음을 몰라줄까?

고민이  때는 상대방을 과소평가해보는건 어떨까. ‘ 사람은 내가 ‘ 설명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천치야’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꽤 도움이 됐다. 그런데  마음을 설명하다보면 의외로 객관적으로 내 마음을, 내 생각을 설명하는게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덤으로 스스로의 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최대한 남편을 과소평가하는 . 남편은 말로 설명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라고 생각하는 . 그게 내가  남자와 살아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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