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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들 Jun 03. 2022

용기없는 내가 밉다.


출근 지하철 안. 단아하게 유니폼을 입은 중년 여성이 자리에 앉아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 까만 원피스에 하얀 트리밍이 되어 있는 단정한 유니폼이다. 거의 맨얼굴인걸 보니 단단히 늦잠을 잔 모양이다. 그녀는 마스크도 내린 채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열중하고 있다. 그녀의 머리 뒤로 핑크색 벽이 보인다. 임산부 배려석이다. 그런데 그녀 옆에 서 있는 또 다른 여성이 눈에 들어온다. 큰 키에 긴 생머리를 가진 그녀의 가방에 핑크색 장식이 달려있다. 임산부였다. 임산부가 옆에 서 있는지도 모른채 임산부 배려석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메이크업에 열중한 중년 여성에게 화가 났다.


“저기요… 죄송한데 옆에 임산부가 서계셔서요.”


중년여성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고 최대한 정중하게 말을 건네고 싶다. 하지만  용기가 없다. 그녀가 헐레벌떡 메이크업 도구를 정리하며 일어나게 되는 것도 미안하고, 최악의 경우 니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 하냐며 역으로 화를 낼지도 모른다. 오늘의 토픽감이다. 그런 이슈로 인터넷 세상에서 회자되고 싶지는 않다. 머릿속이 복잡해진 채로  자리에  있기를 10 . 임산부다른 칸으로 자리를 떴다. 내릴 때가 되어서 갔는지 자리를 찾으러 떠났지는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중년여성은 여전히 메이크업에 몰두중이다. 미웠다. 그녀도 밉고 용기없는 나도 미웠다. 가끔 다리가 너무 아프거나 필요에 의해 노약자석이나 임산부석에 잠시 앉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자리의 주인이 나타나면 바로 자리를 비워줄  있도록 주변을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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