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합니다

- 산책 친구

by Bell

산책을 좋아해서 자주 걷는다.

어제와 같은 길을 걷기도 하고, 새로운 곳에 갈 때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 걷기도 한다.


집이나 자주 가는 곳 주변을 걷는다고 해서 산책이 아닌 것은 아니다.

건물, 상가, 나무, 벤치가 변하지 않았다고 풍경마저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맑은 날씨라고 해도 ‘어제의 맑음’과 ‘오늘의 맑음’이 다르고,

어제 본 나무도 오늘 가보면 잎이 나거나 꽃이 떨어져 있을 때도 있다.


미처 알아보지 못할 뿐 매일 많은 것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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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오늘의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지나가는 아이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로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어제도 나를 봤다는 나이 지긋한 상인 분은 “매일 이 길로 걷나 봐?”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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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단골 친구’다. 어제 본 고양이를 오늘도 볼 때가 있고, 두세 번 마주치면 일부러 그 길로 가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반가움도 생기고, 어제 본 고양이에게 친구(혹은 연인)가 생긴 광경을 보기도 한다. 마치 스쳐 지나가는 많은 인연들처럼.


고양이와 친하지 않아서 ‘갸르릉’ 하는 소리나 몸짓으로 의사를 알아차리지는 못한다.

하지만 표정이나 자세로 기분과 상태를 가늠하고, ‘거리 간격’을 통해 ‘마음의 거리’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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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고양이를 만난 적도 있다. 거리에 쌓아놓은 빈 종이박스가 난데없이 툭 떨어졌는데 그 안에서 아기 고양이가 벌러덩 튀어나왔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작은 고양이였다.


점심시간은 끝나 가는데 행여 지나가는 자동차에 치일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어디선가 풀쩍, 몸집 큰 고양이 한 마리가 점프해서 다가오더니 아기 고양이를 물고 갔다. 순식간이어서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여전히 걷는다. 어제 본 것, 오늘 본 것, 내일 볼 것들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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