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스한 따스함의 에세이

나를 깡따구있게 살게해주는 힘 - 오이비누

by 여름

얼마전까지만해도 제일 이해되지 않던 사람들이 목욕제품에 비싼돈을 쓰는 사람들이였다. 그러다 어쩌다 비싼 바디워시를 선물받았다. 샤워를 할 때마다 괜히 바디마사지도 해주고 더 꼼꼼히 향을 즐기며 하게되었다. 샤워는 그냥 해야해서 하는 태스크가 아니라, 내 몸에 마사지를 해주고 돌봐주는 행위가 되었다.

더 좋은 제품이나 내 맘에 더 쏙 들 제품들이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택배를 기다리는 시간들이 반복되었고, 샤워부스에는 더 많은 제품들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그 공간은 아주 작은 벽 한칸이지만, 내게 가장 큰 황홀함을 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샤워기의 물을 미지근하게도 했다, 팔팔 끓는 물 수준으로 했다, 또 언제는 차갑게하면서 샤워를 즐겼다.

샤워부스의 벽은 예쁜 통에 든 비싼 제품들 천지지만 언젠간부터 사실은 싸구려 오이비누가 미치도록 그립기 시작했다. 오이비누를 얼굴 가득 칠하고 세수를 하는 그 짧은 순간을 못참아서 불러대던 엄마. 엄마는 그럼 하얀비누를 가득칠한 얼굴에 작은 눈을 꿈뻑꿈뻑 거리며 왜부르냐며 비누칠도 다 씻지못한채 화장실에서 나온다. 시덥지않은 질문들에 친절히 답장을 해주던 얼굴에 비누가 가득 묻은 엄마. 오이비누가 내 옆에 없어도 당장 그 향을 떠올릴 수 있다. 그건 사실 그냥 ‘오이비누’가 아니라 내게 무조건적인 응원과 사랑을 주는 엄마를 상기시켜준다. 세수하다말고 내 부름에 뛰쳐나올수 있는사람을 가진 나. 더 인생을 깡따구있게 살아도 된다고, 나에게도 든든한 응원군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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