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나는 어쩌다보니 직장을 따라서 시골생활을 하게되었다. 해외살이에 시골살이에, 원래 살던 곳에 친구들을 다 두고 오로지 직장만을 위해서 내린 결정. 나는 사실 돈도 꽤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 직장에 꽤 만족하고 다닌지 몇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일에 적응하느라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히 시간이 흐르면서 일은 그냥 일이 되어버렸고, 그 일 하는 시간 외에는 내가 혼자서 살아나가야 했다. 어딜 나가려고 해도 시골 특성상 매력적인곳도 없고, 자연도 하루이틀이지, 친구도 딱히 없는 곳에서 나는 미치지 않기위해 내 시간들을 잘 살아내야했다.
몇년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여전히 가끔씩은 나도 무기력해질때가 있다. 그러면 어쩔때는 그냥 싸우지않고 침대에 누워 숨만 쉰다. ‘그래도 내일 입을 유니폼없어서 빨래해야하는데’, 의무적으로 빨래를 한다. 빨래에서 나는 섬유유연제 냄새가 너무 너무 포근하고 좋다. 너무 깨끗하고 산뜻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나에겐 향이 참 중요하구나’ 나에 대해서 배운 순간이였다.
그 후 한번은 평소 가지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담아 둔 향수 세개를 한번에 그냥 다 결제해버렸다. 물론 통잔잔고는 안 괜찮지만, 내 기분은 괜찮다. 그 향수들을 배송받기 전까지의 설레는 기다림, 택배를 받고 언박싱을 하기, 향수들을 뿌려보고 예쁘게 진열해두기. 예쁘게 진열해 둔 향수들을 볼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다. 내 일상에서 예쁜 순간들이 하나 더 생겼다.
감정루틴
[ 무기력한 날의 루틴]
1. 쉬어주기 대신, 머릿속도 같이 멈추기
2. 무기력 속에서도 의무감으로 빨래는 하기
3. 좋아하는 세제/섬유유연제로 향기로 기분 살리기
4. 한참 고민하던 향수들 그냥 결제하기
5. 배송 오는 동안 설레기
6. 언박싱은 천천히, 예쁘게
7. 향수는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예쁘게 진열
8. 지나다닐 때마다, 기분이 조금씩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