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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스 Jan 11. 2024

10. 마곡지구

김선임은 어떻게 대표님이 되었을까?



그렇게 바쁜 일주일이 지나가고 주말이 되었다.

사실 김선임도 고등학교 졸업 이후 군대, 학교기숙사, 회사 기숙사를 전전했기에 거주지를 옮기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남자이기에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워낙 부모님에 대한 의존도가 그렇게 높지 않았다.

와이프도 대학교 졸업 이후 상경을 해서 넉넉지 못한 형편으로 회사를 옮기면서 회사 근처 가격이 저렴한 곳을 위주로 거처를 마련했기에 거주지를 옮기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그렇게 위례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일주일이 지나갔다.


주말 아침 새로운 지역에 대한 궁금함과 설레임으로 김선임이 먼저 물어본다.

“여보, 강서에 가본 적이 있어?”

“난, 지방 출신이라 강남 말고는 몰라. 아! 강북은 여의도에서 직장을 다닐 때 아현동에서 잠깐 살았었다.”

“그래? 나 살던 마포구나. 같은 마포라고 하더라도 내가 나고 자랐던 도화동, 용강동하고 아현동은 거리차이가 좀 되지”

“참, 대학교 때 친구가 강서에서 살다가 지금은 김포로 들어가서 커피숍하고 있어. 그런데 가보지는 못했네.”


마곡지구는 공공분양이었기 때문에 모델하우스도 있었고, 이미 공사는 꽤나 많이 진행이 되고 있었다.

“뭐지? 위례는 그냥 펜스만 쳐 있던 거 같은데, 여기는 골조는 거의 다 올라갔네”

“그러게, 그래서 입주도 빨라”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민간분양의 경우에는 땅만 사면 분양이 가능하고, 공공분양의 경우 공사율이 70% 정도가 넘어야 분양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입주시기도 다르다.

민간의 경우에는 청약에 당첨이 된다고 하더라도 평균적으로 2년 반에서 3년 후에야 입주가 가능하다.

그러나 공공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공사가 진행이 되고서야 분양을 하기 때문에 보통 1년에서 1년 반이면 입주가 가능하다.

마곡지구도 역시나 공사 중이었기 때문에 모델하우스 옥상에서 먼발치로 볼 수가 있었다.

LH에서 토지를 수용해서 공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는 도로도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았다.

“여보, 여기나 위례나 큰 차이 없는데?”

“그러게, 별차이가 없네.”

“헉! 여보 저게 뭐야?”

“뭐뭐?”

“가만있어봐 저쪽에 지하철이 있는 것 같은데?”
 “그래? 뭐 강서면 5호선이겠지. 전에 마포살 때 5호선이 다녀서 알고 있어.”
 “아냐 아냐. 저기 9호선인 거 같아”
 “그래? 어? 맞네 9호선이네. 9호선이면 강남까지 가는 황금노선이잖아.”

“어. 저 노선이면 나도 신사동까지 출근하는데 그렇게 멀지만은 않을 거야”

그랬다. 우리가 관심이 없었고, 강서에 연고가 없어서 잘 모르고 있었던 거지 김포공항까지 이미 9호선이 깔려 있었다.

다만, 현재에는 이용자 수가 없기 때문에 무정차 운행을 하고 있었다.

“분양가, 입주시기랑 교통까지 보면 마곡으로 입주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겠지? 좀 더 보자”


마곡은 1~15단지까지 조성이 되어 있었다.

그중에 김선임 부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단지는 6, 7, 14, 15단지이다.

부동산을 전혀 모르는 부린이지만, 얼핏 듣기로는 대단지가 관리비도 적게 나오고 좋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모두 1000세대가 넘는 대단지였다.

6, 7단지는 9호선을 이용하기에 용이했고, 14, 15단지는 5호선을 이용하기에 용이했다.

공공분양의 성격을 잘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당첨확률을 높이려면 분양세대수가 많은 게 유리하다는 것은 상식이지 않은가.

공공분양이기 때문에 조합이라고 해야 하나? 

토지 수용을 당했던 당사자들이 먼저 우선권이 있었기에 6, 7단지는 분양 세대수가 극심하게 적었다.

심지어 7단지는 우리가 원했던 84 타입에서는 단 1세대만이 분양으로 나왔다.

그나마 6단지는 세대수가 좀 되어서 그런지 그래도 좀 많은 세대가 분양으로 나왔고,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14, 15단지는 청약을 하면 무조건 당첨이 될 것만 같은 숫자의 세대가 분양으로 나왔다.

원주민이 보기에도 7단지가 제일 탐이 났었 나 보다.

김선임의 경우에는 가산으로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5호선이 훨씬 빠르게 회사로 데려다줄 것이기 때문에 14, 15단지가 더 나아 보였다.

그리고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와이프는 집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김선임의 출퇴근이 우선순위인 것은 맞았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었으리라.

은근슬쩍 김선임은 14, 15단지를 밀었다.

분양세대수도 많아서 당첨이 안전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와이프는 6단지를 밀었다.

“아니, 여기는 분양세대가 적어서 당첨확률이 많이 떨어지는데 그래도 여기를 넣겠다고?”
 “어! 내 통장이야.”

“어 그래…”

사실 나에게도 청약통장이 있었다. 그리 많은 시간을 붇지는 못했지만, 한 5년 정도 부었던 통장이 있었다.

그래 있었다.

그런데, 마포 용강동 래미안의 조합원이 되어서 동호수 추첨까지 끝난 상황에서 청약통장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무언가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 또 사실 아무리 대기업의 월급이라고 해도 대출금의 이자를 내기에는 매번 버거웠다.

매달 이상하게 조금씩 모자랐다. 

그 약간이 모자랐다.

사실 빌릴 데도 없어서 맨날 발만 동동 구르곤 했다.

지나고 보면 그리 큰돈은 아니었는데, 그 당시에는 꽤 큰돈이었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조금씩 조금씩 모자라서 이리 메꾸고 저리 메꾸고 하다 보면 일 년에 한두 번씩은 꼭 펑크가 났다.

보통은 알바로 메꾸곤 했는데, 말 그래도 알바기 때문에 일이 없을 때에는 몇 달씩 일이 없어서 돈이 나올 곳이 영 없었다.

동네에 어렸을 때 친구들은 정말 친하기는 한데 돈을 빌릴만한 친구가 없었다.

그럴 때면 알바를 했던 중국집 사장님께 또는 대학교 친구에게 빌렸다.

지금 돌아보면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엄청난 은인이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힘이 들었다는 변명을 하지만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하고 만다.

그 힘든 시기에 난 청약통장을 깼다.


내 인생에 아파트를 또 살 꺼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까.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나랑 결혼할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내 주제에 1군 브랜드의 아파트에 살게 되었으니, 그냥 부모님 모시면서 조금은 내려놓고 살자라고 생각했으니까.


이렇게 힘든데 이걸 계속 넣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청약통장이 없었다.


최종 우리는 6단지에 청약하기로 정했고, 만약에 떨어진다면 위례 래미안에 청약을 하기로 했다.

위례가 더 상급지인 것은 맞으나 마곡엠밸리 6단지로 정한 이유는 일단 분양가였다.

마곡에 비해 위례는 민간이기 때문에 분양가가 약 1억 정도 더 비쌌다.

지금도 1억은 엄청나게 큰돈이지만 그 당시의 1억은 정말 큰돈이었다.

사실 위례가 나중에 훨씬 더 좋아질 거라고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분양가가 제일 컸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애써 분양가 때문이 아니고 교통편 때문이라고 위안을 했다.

실제로는 분양가가 마곡으로 결정하는데 아주 큰 이유였지만, 당장 출퇴근을 하려면 마곡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왜? 마곡에는 이미 9호선이 운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나중의 일이지만 정말로 9호선 라인이었던 6, 7단지 옆으로 LG사이언스파크가 들어오고 주위에 상가들이 들어서면서 공항철도도 정차하게 된다.

그래서 와이프의 말대로 6, 7단지 쪽이 핫플레이스가 된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나 보다.

[와이프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아닌가? 이런 말 없나? 누가 대충 지어낸 말인가?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랴.

부동산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지만, 역시 아파트에 있어서는 독보적으로 여자들의 촉이 무섭다.

아파트 살 때에는 여자의 말을 꼭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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