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나스 Jun 07. 2024

23. 네? 전세가 보지도 않고 나갔다구요?

김선임은 어떻게 대표님이 되었을까?



그렇게 처음으로 부동산에서 부동산을 샀지만, 당장 들어가서 살 수가 없었다.

실체가 없는 분양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입주 전까지 김포에서 전세를 살다가 입주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전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구도심 쪽에는 새 아파트가 없었다.

구도심이 서울에서의 접근성이 좋긴 한데, 또 새 아파트에서 살고 싶은 맘도 컸다.

일단은 주말에 신도시를 둘러보기로 했다.

새 아파트에서 살려면 어쩔 수 없이 신도시로 들어가야 했다.

신도시는 확실히 멀긴 했다.

일단은 주말에 한번 가기로 마음을 먹고 알아봤다.

“한강신도시가 신도시니까 찍고 들어가 보자.”

“그래. 신도시는 어떻게 생겼는지 가보자.”

우리는 무작정 한강신도시를 찍고 들어갔다.

“여보. 좀 무섭다.”

“뭐가?”

“차가 하나도 없어. 이렇게 밟아도 되나? 어디 카메라가 있을 거 같기도 하고 좀 무서워”

“천천히 가.”

그렇게 뭔가 강변북로 같은 씽씽 달리는 길을 달리자 우리를 처음 반겨준 아파트는 장기동에 있는 쌍용예가였다.

나중에 알게 된 이 길은 태장로라는 도로였다.

태리와 장곡을 잇는 신호 하나 없는 고속화 도로.

우리를 처음 김포 한강신도시로 이끌어준 도로.

“와 되게 가깝다.”

“그러게 이렇게 빠른 길이 있었네.”

“운양동을 찾아가 보자.”

“어디? 운양동? 운양동은 왜?”

“나름 운구정동이라고 이쪽에서는 운양동이 제일 번화하고 핫하데.”

“그래 그럼 운양동 쪽으로 가서 주변 좀 둘러보자.”

우리는 운양동 쪽으로 차를 몰아 한쪽에 차를 잘 세워두고 걸어서 주위를 둘러봤다.

아직은 신도시 초기라서 그런지 몰라도 상가도 비어있는 곳이 대부분이었고, 무엇보다 길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뭐 이런 풍경은 익숙하다.

마곡도 새로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입주를 천천히 하면서 좀 휑한 느낌인 부분에서는 비슷했다.

“와. 여기 완전 깨끗하다.”

“신도시잖아.”

“난 서울 같은 구도심에서만 살아서 이렇게 깨끗한 환경은 TV 에서나 봤지 못 봤어.”

“그러게 김포라고 해서 어디 논농사나 짓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깨끗하고 좋네.”

생각보다 차로 가면 멀지 않았고, 주변을 둘러보니 깨끗한 도시풍경이 주는 그런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집으로 온다.

‘그래 여기서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아.’


그렇게 김포 한강신도시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전세를 알아보았다.

그렇지만 또 출근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교통을 알아보니 아직 지하철은 없고 공사를 하고 있으며, 광역버스를 타면 되는데 그 광역버스비가 좀 비싼 편이었다.

단발성으로 타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나 매일 출퇴근을 한다면 그것도 무시 못할 돈이었다.

그래서 회사 셔틀의 노선을 알아보았다.

‘어? 내가 타고 다니는 버스가 김포에서 출발하잖아?’

그랬다.

회사 셔틀을 알아보니 내가 지금 강서에서 타고 다니는 셔틀이 김포에서 출발하는 버스였다.

지금은 그 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에 30분을 걸어가야 하지만, 김포로 들어간다면 바로 집 앞에서 탈 수도 있었다.

그 아파트가 김포 운양동에 있는 반도 2차 아파트였다.

25평 단일평수에 약 1500세대.

거기에다가 초품아.

처음에 아파트를 알아보면서 초품아 초품아 하길래 알아보니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라는 뜻이었다.

일단 초등학생들은 아직 어리니까 부모들의 마음이 불안하다.

그래서 가능하면 차길을 건너지 않고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도로를 건너 다니면서 발생하는 사고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에.

초등 학령기의 부모들은 초품아를 선호한다.

사실 초품아를 일부러 찾지는 않았지만, 우리도 멀지 않은 시간에 아이를 가질 계획이고 그놈이 초등학교를 갈 것이기에 있으면 나쁠 것이 하나 없었다.

대충 마음은 정했고,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서 약속을 잡았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제가 전세를 찾고 있는데 반도 2차 전세가 있을까요?”

“요즘 전세대란이라 물건이 별로 없어요.”

“전혀 없나요?”

“2개 정도가 있는데, 언제 오실 수 있어요?”

“내일이 토요일이니까 내일 오전에 갈게요.”

“네, 그럼 약속을 잡아놓겠습니다. 내일 뵐게요.”


날이 무더운 6월경이었다.

우리는 아침 일찍 챙겨 먹고 김포로 향했다.

“처음에 올 때는 멀게만 느껴졌는데, 다시 와보니 멀지 않네.”

“그게 다 심리적인 거야. 차도 안 막히니까 더 가깝지.”

“그건 그래. 처음에는 너무 막연해서 얼마만큼을 가야 하는지 모르니까 멀게만 느껴졌는데, 지금은 얼마만큼만 가면 된다는 걸 아니까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네.”

신혼부부들에게는 신도시가 좋다.

아직은 사회초년생일 가능성이 높은 젊은 남녀가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아파트값이 너무나 부담이 되는데, 신도시는 그런 부분들을 많이 해결해 준다.

적은 돈으로 깨끗한 집에 전세를 살 수 있다.

전세는 어쨌든 나갈 때 돌려주는 돈이니 내 돈 하나 들이지 않고 공짜로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그것도 다 빚이고 기회비용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것을 이때는 알 수 없었다.


김포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부동산으로 갔다.

“어머 생각보다 일찍 오셨네요.”

“거리가 있어서 나름 여유 있게 출발했는데 차가 하나도 안 막히던데요?”

“마저 안 막히면 금방이야. 호호.”

“저희가 일찍 왔으니 차 마시면서 조금 기다리겠습니다.”

“네. 그러셔요. 너무 일찍이라 주무시고 계실 수도 있으니까 가능하면 시간을 맞춰서 가죠.”

우리는 차를 마시면서 지도도 보고 평면도를 둘러봤다.

아파트가 다 거기서 거긴 줄 알았는데, 평면도를 보니 타입마다 구조가 모두 달랐다.

“이제 가볼까요?”

“네, 가시죠.”

마음은 벌써 김포 신도시에 들어와 사는 것 마냥 들뜨고 즐거웠다.

그러나 잠시뒤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을 맞게 된다.

“띵동 띵동”

“누구세요?”

“부동산입니다. 집 보러 왔어요.”

“집주인이 어제 계약되었다고 하던데요?”

“네? 오늘 집 보러 온다고 얘기까지 했는데.”

“저희야 알 수 없죠. 집주인한테 확인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잠시 뒤 부동산 사장님이 전화를 하시고는 다시 말씀하셨다.

“네. 어제 계약이 된 게 맞다고 하네요. 요즘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어요. 다음 집으로 가보죠.”

“좀 황당하네요. 미리 연락을 주던가. 약속까지 했는데.”

우리는 다른 동으로 이동했다.

“띵동 띵동”

“……….”

“안 계시나 본데요.”

“뭐죠? 오늘 집 보러 오기로 약속 잡은 거 아닌가요?”

“그렇죠. 어디 잠깐 나가셨나? 전화한 번 해볼게요.”

부동산 사장님이 세입자와 통화를 하신다.

수화기 너머로 나지막한 한마디가 들려온다.

‘집나 갔어요. 집나 갔어요. 집나 갔어요 ……..’

뭔 일이래.

“아이코 어떡하죠? 이 집도 전세 매물이 없으니까 집도 안 보고 밤에 바로 계약금을 보냈다네요.”

“하 이게 무슨 상황이래요. 그럼 전세 매물이 이제 없는 건가요?”

“네. 전화를 돌려봐야겠지만 전세 매물이 없는 것 같네요. 조금 더 보태서 사시는 건 어때요?”

“네? 매수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데요.”

“전세금이랑 별로 차이도 안 나요. 몇천만 더 보태면 사실 수 있어요.”

잠깐 와이프랑 얘기 좀 해볼게요.

“여보, 짜증 나는데 사?”

“잉? 그렇게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잖아.”

“그렇긴 한데. 얼마 차이도 나지 않고, 그리고 풍무동 입주할 때 전세는 날짜 맞추기도 쉽지 않은데 우리가 매수를 하게 되면 우리가 살다가 풍무동 입주할 때 여기 전세 주면 되지.”

“그렇긴 한데…..”

“그럼 일단 집이라도 보자. 뭐 집을 하나도 못 봤네”

부동산 사장님께 얘기해서 매매 물건 몇 개를 보여 달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렇게 몇몇 집들을 보았고, 생각보다 25평은 많이 작다는 것을 느꼈다.

모델하우스에서 봤을 때에는 그렇게 넓고 예쁠 수가 없었는데, 실제로 사는 풍경을 보니 무슨 짐들이 그렇게 많은지. 어떤 집은 2개의 화장실 중에 하나를 창고로 사용하고 그 안에 아이들 장난감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너무나 답답해 보였다.

그들이 살고 있는 모습도 많이 답답해 보였다.

“여기가 이제 마지막이에요. 여기가 상가 쪽에서는 제일 멀어요. 하지만 희귀한 C 타입으로 공간은 엄청 넓게 잘 빠졌어요.”

‘같은 아파트가 다 거기서 거기지 잘 빠져 봤자지 뭐’라는 생각으로 별 기대 없이 마지막이라는 그 집으로 향했다.

집을 보러 돌아다니는데 날이 더워서 조금은 지치고 힘이 들었는데, 마지막 집에 들어섰을 때 바깥과 다르게 시원하면서 집안에서는 향긋한 커피 향이 났다.

부동산 사장님 말처럼 다른 집과 다르게 공간이 넓었고, 거실에서는 여자아이 둘이서 그림공부를 하면서 놀고 있었다.



안방에는 책상을 하나 놔도 괜찮아 보이는 서재공간이 있었고, 화장실은 욕조옆에 긴 창으로 목욕을 하면서 와인을 한잔 마시면서 바깥을 바라보는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둘이 거실에서 놀고 있고, 여주인분은 주방에서 뭔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도 저녁을 준비하는 중으로 보였다.

우리가 보기에는 뭔가 아늑하고 안정된 모습이어서 그런지 많은 호감이 갔다.

집을 보고 나와서 부동산 사장님이 물어왔다.

“맘에 드는 집이 있어요?”

“저희는 마지막에 본 집이 제일 맘에 드는 것 같아요. 혹시 조금 깎아주실 수 있는지 물어봐 주실 수 있으세요?”

“네 물어볼게요. 많이는 안될 거예요. 그 위에 우수리 정도는 떼 볼게요.”

부동산사장님이 매도인과 통화를 하고서는

“500만 원 깎아주신다고 하니까 2.6억이네요. 어때요? 하실 거면 가 계약금 얼마라도 보내세요.”

부동산 사장님과는 조금 떨어져서 상의를 했다.

“여보. 어떡하지? 이게 최선이지?”

“잘은 모르겠는데, 뭐 집값이 떨어지진 않겠지. 우리 풍무동 입주할 때에도 시간 조정하기 편하고.”

“그래 여기 계약하자.”

그렇게 가계약금을 보내고 이사날짜는 이쪽저쪽 일정이 있으니까 추후 조정하기로 했다.

매도인이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양도세 면제를 위해서 잔금은 내년 1월에 하자는 것이다.

일단은 우리가 사는 동안 전세로 살다가 내년 1월 2일에 만나서 등기를 받는 조건이었다.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우리는 알겠다고 했다.

뭔가 우리가 피해를 볼까 조금 두렵기는 했지만, 중개사를 끼고 매매를 하는 거라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나중에 안 사실은 우리가 계속 쭉 산다면 그 몇 개월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데, 우리가 투자자로 돌아 섰을 때에는 그 몇 개월도 아쉬울 수 있다.

결국은 우리도 일정 보유기간을 채워야 장기보유특별공제나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 한 가지 더 있었다.

매도인이 경험이 많아서 머리를 잘 썼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선 에어컨을 미리 틀어 두어서 상쾌한 기분이 들게 하고, 커피를 내려 커피 향을 풍겨서 기분이 좋아져 경계를 풀게 했고, 지나고 나서 보니 애들이 있는 집이라 바닥 스크래치가 상당했다.

그 스크래치를 가리기 위해 가장 스크래치가 심한 곳에 아이들을 앉혀서 놀게 했다.

놀랍도다. 하하.

그런 당했다는 생각은 이 집으로 이사를 오고도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기서의 삶이 꽤나 만족스러웠고, 아이도 갖게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22. 전세가가 분양가를 앞지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