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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스 Dec 13. 2023

회사원 김선임의 부동산 스토리

김선임은 어떻게 대표님이 되었을까?

6. 한선임 이야기



입사를 하고 나서 유독 신경(?)을 써주는 선배가 있었다.

바로 한선임.

한선임은 김선임보다 2년 정도 먼저 입사를 한 고참이다.

그렇다고 2년 동안 막내 생활은 한 건 아니다.

천안 연구소가 생긴 지가 1년 남짓이었으니, 1년 정도 막내생활을 한 모양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온갖 허드렛일을 다 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신입사원이 왔으니 얼마나 반가우랴.

안양에 메인 연구소가 있지만, 품질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결국은 연구소와 생산라인이 멀어서라고 결론을 내리고 천안분소가 탄생한 것이다.

생산 및 시험과 같이 품질에 신경을 쓰라는 것이다.

그때 한선임도 함께 끌려 내려왔다.

한선임이야 미혼이기도 하거니와 안양의 주거비가 만만치 않아서 오히려 반겼다고 한다.

이제는 슬슬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니 하고싶어 하는 것 같았다.

주말이면 항상 소개팅 약속이 잡혀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소개팅이 잘 된 모양이다.

항상 인상을 찌푸리고 있더니 언제부턴가 싱글벙글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 발표를 하게 된다.

그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계속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한선임도 결국은 결혼을 하는 데 있어 제일 큰 고민은 주거였다.

와이프의 직장은 서울, 한선임은 천안.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양쪽 모두 출퇴근이 가능한 수원에 살림을 차리게 된다.

한선임의 집안은 워낙 부농의 집이라 부모님이 집 문제는 해결해 주실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어느 정도 주시고 알아서 하라고 하신 모양이다.

결국은 퇴직금까지 땡겨서 집을 매수하게 된다.

그리고 힘겨운 출퇴근 생활이 시작된다.

수원은 양쪽 모두 출퇴근이 가능하긴 하지만, 어찌 보면 둘 다 너무 피곤한 지역을 고른 게 아닌가 싶다.

나름 서로 배려를 했다고 생각해서 고른 지역이겠지?

출퇴근 거리를 이유로 한선임은 한동안 빠른 퇴근을 했다.

그래도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직장생활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지 않나.

개발했던 제품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게 되고, 설계를 변경해서 내부 시험을 해야 하는데 기한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점점 퇴근시간은 늦어지게 되고, 한선임도 많이 힘들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선임은 차를 몰고 왔다. 

모닝.

장거리 운전에는 고속도로 비용도 절감되고 세금 부분에도 유리한 모닝이 적합하다 생각한 모양이다.

물론 차량 가격도 많이 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지만 또 다른 지옥이 열리게 될 걸 이때에는 알지 못했다.

그래 알고는 못하지.

전에는 셔틀버스 시간도 있고, 차를 가진 사람이 데려다준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함께 남아 있어야 하는데, 각자의 스케줄이 있기에 그 모든 걸 다 맞추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근무시간에 더 몰입해서 일을 하고 마지막 셔틀시간까지 근무를 하고 퇴근을 하였다.

하지만 이제 언제든 퇴근할 수 있는 차가 생겼다.

윗 상사들도 모두 알고 있다.

점점 퇴근시간이 늦어지더니 자정을 넘기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애초부터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 기한을 정하고 동의를 가장한 강요를 해 놓고는 문제가 생기면, 아니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일정이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일정이 늘어지면 무조건 맞추라는 압박이 내려오곤 한다.

“일정도 못 맞추고 퇴근할라고?”

이런 말을 듣게 된다.

일주일에 한 번 모여서 주간업무 회의를 한다.

회의가 쉽게 끝나지 않는다.

회의가 길어지면 또 일할 시간이 줄어든다.

악순환이 이어진다.

“아 오늘도 집에 일찍 가긴 틀렸군”

김선임 입에서 탄식처럼 말이 튀어나온다.

정말 울고 싶은 날들의 연속이다.

회의가 끝나면 한선임은 이렇게 말한다.

“담배 한 대 피우러 갑시다”

모두 우르르 옥상으로 올라가서 담배를 피우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바빠 죽겠는데 뭔 회의를 오전 내내 하냐고”

“미치겠다 정말”

“자자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

그래도 한선임이 잘 다독여서 일을 해야 하기에 한선임은 독려하는 말로 후배들을 다독인다.

담배를 피우고 내려오면서 사적인 얘기도 하게 되는데, 한선임은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하는 말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분위기랑 안 어울리는 말을 한다.

“얼마 전에 산 저희 집이 조금 올랐더라구요. 하하하”

“아이쿠 축하합니다. 하하”

정말 축하를 해야 할 일인지는 모르겠다. 

그 집에 족쇄가 채워져 힘든 출퇴근과 온갖 더러운 꼴을 다 이겨내고 직장생활을 해야만 한다.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 둘 수가 없다. 

대출금 갚아야지.

그래도 김선임은 한선임이 조금은 부러웠다.

그래도 자기 집이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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