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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스 Dec 07. 2023

회사원 김선임의 부동산 스토리

김선임은 어떻게 대표님이 되었을까?

5. 이선임 이야기



타지에서의 생활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거기다가 회사의 신입사원이기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도 종종 있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큰 도움이 되는 사람이 이선임이었다. 

이선임은 내 동기이다.

그냥 동기가 아니고, 같은 파트에서 함께 배치받은 동기이다.

물론 단점도 많았다. 사사건건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었고, 내 빵구가 아니라 동기의 빵꾸에도 같이 혼날 수밖에 없었다.

동병상련일까? 이때 서로를 많이 의지 했던 것 같다.

지나고 보면 별거는 없었다. 그냥 커피 마시면서 고참들 같이 욕하고 동감하는 거 그게 다였다.

지방에 있다 보니 각자에게 주말은 소중하기 때문에 뭐 따로 만나서 술을 마시거나 그랬던 적은 없었다.

물론 김선임은 주말에 알바를 가야 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신입생활이 어느 정도 적응을 할 즈음 이선임이 결혼을 한다고 한다.

오래 만난 여친이 있다는 것이었다.

뭔가 진 기분? 그런 기분이 들었다.

왜일까?

김선임은 종잣돈도 없고, 그래서 사실상 결혼을 반 포기하고 있던 때였기 때문일까. 여하튼 김선임은 겉으로는 엄청 축하한다고 말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던 모양이다.

이선임은 결혼을 준비하면서 매번 생기는 이슈나 여친과의 충돌을 항상 나에게 얘기했다. 이선임도 얘기할 곳이 없었겠지. 어차피 누워서 침 뱉는 격이니 아무도 상관없는 나에게 얘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모양이다.

이선임도 직장생활이 짧아서 모아둔 돈이 없으니 작은 집 전세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신부 측에서 말도 안 된다고, 아파트 아니면 절대 안 된다고 펄쩍 뛴 모양이다.

‘아 그렇구나. 정말 나 같은 사람은 결혼은 꿈도 못 꾸겠구나’


어느 날 이선임은 휴가를 사용해도 되냐고 파트장에게 허락을 받고 휴가를 사용하였다.

전에도 말했지만 휴가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는 없다. 모두가 팀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하루, 주일 단위로 해야 할 업무가 정해져 있기에 누가 휴가를 쓰게 되면 남은 사람이 힘이 들고 또한 일정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이선임 무슨 일로 휴가를 사용하는 거야?”

“신혼집을 알아보러 가야 합니다.”

“어 그래? 그런 건 가야지 알겠네.”


그렇게 이선임을 휴가를 사용하여 집을 보러 다녔던 모양이다.

휴가를 사용한 다음날 씩씩대면서 나에게 커피 한잔 하자는 것이다.

“왜 갔었던 일이 잘 안 됐어요?”

“결혼하기 정말 힘드네요”

자세히 얘기를 들어보니, 집을 보러 다녔는데 모두 맘에 들지 않아서 결국은 새 아파트 위주로 보러 다녔는데, 그게 광명에 있는 새 아파트라는 것이다.

새 아파트이기는 하나 지역적으로 위치가 빠지다 보니 나름 저렴해서 거기에 있는 아파트 말고는 구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큰돈이 없으니 어차피 결혼하면 내께 니꺼고 니께 내껀데 좀 보태줄 수 없냐고 물어봤는데, 오히려 망신만 당했다는 것이다. 집은 남자가 하는 거 아니냐. 살림은 여자가 하고.

그래서 너무 화가 나서 이 아파트는 내가 어떻게든 마련할 테니, 아파트 내부 살림은 꽉꽉 채우라고 큰소리치고 헤어졌다고 한다.

휴~ 정말 쉬운 일이 없구나.

그런데 광명시면 예전에 우리 동네에서 가던 108번 버스가 생각나는데, 거기에도 아파트가 있나?

이선임 말로는 이제 신도시로 되어 새 아파트들이 막 들어서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버스도 거의 없고 출퇴근하려면 죽었다고 한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렴풋이 광명 소하동이라고 했던 것도 같고, 확실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때 이선임이 집을 사지 않고 전세를 살았다면? 


결혼을 앞두고 이선임은 기숙사에서 방을 빼고 새집으로 들어갔다.

분명 출퇴근이 쉽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새벽이고 아직은 뭐가 없어서 버스가 엄청나게 빨리 달린다고 한다.

이선임의 힘들다는 푸념도 김선임은 부럽기만 했다.

‘나는 언제 내 집을 가져 볼 수 있을까? 그것도 아파트를 말이다.’

‘내 살아생전에는 가능할까?’

이런저런 생각들로 괜히 우울해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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