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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시계>

서정시 좋은시 시추천

by 장현정 작가

<시계>


떨어진 단풍을 바스락 밟으니

산산조각으로 깨지며 검은색이 번진다


차들이 나란히 출발하며

검은색 매연을 뿜으며

일제히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방울방울 피어나는 거품을

바늘로 찌르니

톡 하고 소리가 난다


차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하얀 백사장으로 나와

자갈밭 위를 달린다


검은색을 모래로 덮어쓰며 감춘다


까만 슬픔도

빛나는 구슬이 되어

흘러 흘러 조개 속으로 들어가니

새하얀 진주가 되었고


휘몰아치는 눈발 속 거리를 지나니

새싹이 돋고

그 위에서 땀방울을 흘리니

흘러 흘러 코스모스 꽃을 피운다


지나간 시간은

내 마음속에 까만 점 하나로 남아

나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곧 비가 쏟아질 듯한

회색구름으로

물먹은 하얀 종이로 채우면

곧 흐릿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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