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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목욕탕>

시추천 좋은시

by 장현정 작가

목욕탕


우유같이 하얀 비누를 밟아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을 때

참 서럽게도 울었었지

내 마음도 아이처럼 맑아 상처를 받았을 거야

우유가 목구멍을 통과해

식도를 지나가 위에서 소화되는 것처럼

상처도 같이 소화될 거야

사실은 그냥 울고 싶었는데

매개체가 필요했는지 몰라

마침 비누가 있고

그걸 밟았고

우연찮게 넘어져서

그래 그랬던 거야

우리 모두

즐거우면 웃고

맛있으면 행복해하고

슬프면 우는

평범한 사람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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