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수업. 번외
대체로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이다.'라고 말하는 글들을 읽지 않으려 애쓴다.
당연히 나 스스로도 그런 훈계를 하거나 잘난 척하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럴 주제도 되지 않고 능력도 없다.
하지만 강의실에서는 그럴 수 없다. 주제가 되든 안되든, 능력이 없다면 공부를 해서라도 또는 다른 사람이 한 말을 빌려와서라도 가르쳐야 한다. 그게 선생이 해야 할 일이다.
학생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선생과 제자가 함께 하는 시간이라면 그게 어떤 장소이든 그곳은 교육의 장이다. 심지어 그곳이 화장실이나 술집일지라도."
한편으로는 멋있는 말처럼 들리겠지만, 바로 그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많은 선생들이 강의실 바깥에서 제자들과 함께하는 것을 피한다. 서로 불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할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강의실 바깥에서도 가르쳐야 할 것들이 있다.
나의 경우 평생 동안 여러 선생님들에게 배웠지만, 그분에게서 대단한 지식을 배웠다고 생각되는 선생님은 한 분도 안 계신다. 그런 스승들은 대체로 책 속에 있었다. 다만 내 삶에 도움이 되었던 좋은 말씀이나 배려를 받았다고 생각되는 스승은 몇 분 계신다. 모두가 교실 바깥에서 이루어졌던 일이다.
나는 강의실에서 출석을 부르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 주고, 기말 성적표에는 약속대로 모두 출석한 것으로 기입해 준다.
대신 정규 수업시간 외에 두 번의 강의가 있는데, 그 수업은 앞서 말한 이유가 성립되지 않으니 가급적 참석하라고 말한다.
강의의 진도에 구애받지 않고 제자들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나는 대학생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그런 수업들은 주로 술집에서 진행된다.
학생의 입장에서도 대학생이 되었으면 스승과 술자리를 함께하는 경험도 해보는 것이 좋다.
참고로 내 수업의 수강생들은 보통 15명 내외이다.
물론 술집에 모인다고 억지로 술을 먹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술을 못 마셔도 술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행위도 경험해 봐서 나쁠 일은 없다.
참고로 종강 회식을 할 때는 강제로 학생들에게 회식비를 걷는다.
10여 년 전까지는 5천 원으로 가능했는데, 최근에는 물가가 올라서 만원씩 걷는다. 열다섯 명이면 십오만 원이나 된다.
식당 측에 그 금액에 맞춰서 술상을 차려달라고 부탁한다. 보통 막걸리 몇 잔과 안주 조금씩 돌아가는 양이 차려진다. 술과 안주가 부족하니 술맛이 달 수밖에 없다.
차려진 술과 안주가 떨어지면, '너희들이 이렇게 술을 대접해 줘서 맛있게 먹었다. 그 보답으로 이제부터는 내가 살 테니 마음껏 시켜서 먹어라'라고 말하고, 식당 측에 상을 깨끗하게 다시 차려달라고 부탁한다.
편의상 학교 앞의 식당에서 진행할 때도 있지만, 사정이 허락하면 강남의 고급 식당으로 데려가서 식당 측에 막걸리와 저렴한 안주를 부탁한다. 그리고 두 번째 상에서는 대부분이 경험해보지 못했을 좋은 술과 음식을 먹어보게 한다. 모두 교육적인 이유가 있다.
대체로 공짜술을 얻어먹는다는 기대에 좋아하는 분위기지만, 더러는 불편해하는 학생들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두 수업의 주제를 미리 알려줘서 참석을 유도한다.
학기 초의 회식 주제는 '돈 버는 법'이고, 기말 종강 후 회식의 주제는 '행복해지는 법'이다.
이 주제에 혹해서 거의 모두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