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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 속 건축가 Dec 27. 2024

그해 여름

지나간 이야기들

친구들과 헤어지고 대리기사를 불러 집으로 가는 길.

차 안의 침묵이 어색해서 음악을 튼다.

블루투스가 차의 스피커로 연결되어 나오는 바람에 더 어색해져 버렸다.

노래는 김민기가 직접 부른 '친구'

바다에 빠져 죽은 그의 친구를 위해 만든 노래이다.


1994년의 여름도 올해처럼 많이 더웠었다.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데, 나의 지도교수를 포함한 교수 세 명이

대학원생들을 데리고 대천으로 피서를 갔다.

지도교수와 피서를 가고 싶은 학생이 어디에 있겠나.

연구실 선임이었던 나는 빠지고 후배 하나가 따라갔다.


거기서 다른 연구실의 후배가 익사하는 사고가 생겼다.

함께 같던 후배가 돌아와서 쉬쉬하며 소식을 전했다.


그 애가 죽자 나의 지도교수를 포함한 두 교수가 서둘러 짐을 싸고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그리고 억지로 피서에 끌려갔던 제자뻘의 교수에게 뒷수습을 맡기고

죽은 애의 부모가 도착하기 전에 서울로 도망쳐 버렸다.


사람을 구해서 시신을 찾고

자식 잃은 부모의 절규와 원망을 감내하는 일들을

초임의 교수가 며칠 동안 수행했었다.


세월이 또 흐르고

나의 선배이기도 한 그때의 초임교수와

종로의 한 포장마차에서 취했다.


괴로웠었다고

원망스럽다고

하면서 그가 울었다.


늦은 여름밤

노래 때문에 떠오르는 지나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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