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2023년 12월 24일 (D+10)

by 김부경

‘메리 크리스마스.’ 이 얼마나 행복이 솟아나는 말인가.

이 두 단어 속에는 행복한 기억들과 설레는 기분이 담겨 있다. 매해 크리스마스이브 행사는 일 년 중 가장 신나고 즐거운 일이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언니랑 문구점에서 도화지랑 색종이 반짝이 같은 것들을 사서 카드를 만들었다. 올해는 몇 장을 만들 것인지 계산을 해서 도화지를 잘랐다. 가끔은 봉투까지 만들 때도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크리스마스 카드를 더 이상 쓰지 않게 된 것이… 분명한 것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쓰지 않게 되면서 그만큼 행복이 줄어든 것이다. 수고한 만큼 더 행복하고, 편할수록 행복이 줄어드는 신기한 일이 비단 크리스마스 카드에만 적용되는 원리는 아닐 것이다.


오늘도 아이들의 귀여운 성탄 축하 행사가 있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아이들은 등장만으로도 웃음을 짓게 만든다. 이 아이들 하나하나를 위해 우리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다.


예배를 마치고 우리 집에서 등대모임을 가졌다. 우리 교회 이름이 ‘라이트하우스’라서 소그룹 모임을 등대모임이라고 한다. 몇 주 전에 우리 집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처음에 암을 진단받고 모임을 취소할까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암진단받고 하루에 100명 넘게 진료도 보는데 그건 왜 안될까 싶어서 그냥 놔뒀다. 음식도 그냥 간단히 김밥과 라면인데 무슨 상관인가. 덕분에 남편이 집 청소를 좀 했다.


나는 우리 집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좋다. 예전에는 우리 순원들을 집에 불러다가 밥을 많이 먹였다. 밥은 잘 못하지만, 맛없다고, 대충 아무꺼나 줬다고 절대 뭐라고 할 일이 없는 사람들만 부른다. 사실 내가 부엌에서 깔작거리는걸 보다 못해 '아, 이 언니 사람 불러놓고 뭐하는거야.' 하며 자기들이 그냥 해먹기도 한다. 그들에 의하면 나는 손이 많이 가는 언니이다. 의과대학 학생들을 불러서 먹인 적도 있다. 그때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스테이크 소스도 직접 만들었다. 몇 년 후에 그 학생들 중에 한 명이 자기가 교회에 나간다고, 교수님께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았다고 연락을 해 왔다. 그 친구는 아직도 교회를 잘 다닐까? 미국에서도 선교회 사람들이 우리 집에 종종 모였는데, 한 번은 ‘비빔밥 데이’라고 해서 각 가정에서 비빔밥 재료를 하나씩 해와서 우리 집에서 먹은 적이 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등대원들이 다 같이 모여 라면과 김밥을 먹고, 서로를 소개하고, 기도제목을 나누었다. 이렇게 좋은 공동체를 허락해 주셔서 감사했다. 예수님 믿는 우리는 만나면 늘 즐겁다. 모임 마지막에 다 같이 나를 둘러싸고 기도를 해주셨다. 수술받는 날에도 다 같이 기도해 주시기로 했다. 든든하고 감사했다. 나는 너무 행복하다. 나는 이렇게 많이 받았는데, 앞으로 이걸 어떻게 나눠줄 수 있을까? 모임을 마치고, 설거지, 쓰레기 정리까지 모두 해주시고 손님들이 떠나셨다. 정말 아름다운 수고와 섬김이다. 솔직히 우리 집에 손님들이 오면 손님들이 일을 다 해준다.


손님들이 떠나고 친구들에게서 메리 크리스마스 문자가 왔다. J 양이 속한 그룹에 내가 수술받는다는 사실을 알렸다. 모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불과 얼마 전에 J 양의 첫 입원 전에 우리 집에서 밥을 먹었는데 얼마나 놀랐을까? 사실 나도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27일에 J 양은 나랑 같은 날 2차 항암을 위해 입원한다고 했다. 나는 수술만 받으면 괜찮을 거라고 안심시켜 주었다. 친구들에게 작년에 미국에서 선교회 사람들과 함께 했던 크리스마스 성극을 보내줬다. 크리스마스는 놀고 마시고, 웃고 떠드는 시간이 아니라, 아기 예수님이 우리의 죄를 지시기 위해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이 땅에 오신 날임을. 우리가 그분으로 인하여 구원받았기 때문에 행복한 날임을 알았으면 했다.


작년에 그 성극을 준비하면서 행복했다.

‘하나님, 크리스마스가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행복한 날이 되게 해 주세요. 가장 행복한 기억이 되게 해 주세요. 그래서 혹시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서 길을 잃는 날이 오더라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그 행복했던 기억으로, 교회로, 예수님의 품으로 반드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그날 너무 행복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공연을 다시 보았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하나님, 크리스마스는 예수님 때문에 행복한 날입니다. 그 의미를 깨달았든, 아직 깨닫지 못했든 사람들이 ‘메리 크리스마스’를 말할 때 행복하게 해 주세요. 진짜 행복은 예수님의 이름을 부를 때 마음속에 가득해진다는 것을 알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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